수하는 서재에서 느긋하게 책을 읽고 있는 하빈에게 다가갔다.'“하빈아, 토요일이고 오늘은 회사도 안 가는데…… 우리 놀러갈까?”'“어디?”'“따라 와.”'수하는 하빈을 보며 짧은 윙크를 날리고 앞장을 섰다. 후덥지근한 초여름의 오후, 길거리는 집에 가는 학생들과 직장인들로 넘쳐났다. 하빈과 수하는 타고 왔던 차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많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길을 천천히 걸어나갔다.'“보통 사람들의 토요일인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데 그 속에 설렘이 느껴지네. 나만 그런가?”'하빈은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면서 중얼거렸다.'“원래 주말이라는 것은 그런 느낌이야. 일주일 동안 쌓여 있던 피곤함이 한꺼번에 겉으로 표출되다가도 내일은 쉬는 날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지. 보통사람들의 향기가 나는 것 같아서 좋아.”'수하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하빈은 그리운 냄새라도 맡은 사람처럼 들뜬 얼굴인 수하를 보면서 부드럽게 미소를 보였다.'“난 보통사람들의 향기가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모르겠어. 어떤 느낌이야?”'“꼭 그리운 고향땅에 온 기분이랄까?”'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수하는 곧 답을 찾아내고,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얼마만이지?”'“뭐가?”'“마지막으로 사람들 틈에 있었던 것이 언제였냐고?”'“고등학교 졸업이 마지막이었지. 졸업하고 계속 네 옆에 있었으니까. 나서부터 대단한 인물이었던 너는 모르겠지만, 난 엄마가 너희 집에 가정부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했었기 때문에, 간혹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희로애락이 그리워. 그래도 학교에 있는 그 시간만큼은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졸업을 하고 나니, 평범해질 수가 없네.” '“누구를 탓해, 능력 있는 본인을 탓해야지?”'“안 그래도 ‘내 탓이로소이다.’ 이러고 있어.”'수하는 기분 좋게 웃으면서 다시 한 번 숨을 크게 들이켰다. 잠시 동안 여기저기를 구경하면서 다니던 수하는 길거리에서 파는 떡볶이를 발견하고, 먹자며 하빈의 팔을 잡아끌었다.'“아줌마 여기 떡볶이 하나요.”'고등학교 졸업 이후 꽤 오래간만에 보는 떡볶이라서인지, 수하는 약간 기대에 가득한 얼굴로 군침을 흘렸다.'“떡볶이라고? 매울 것 같아.”'단 한 번도 떡볶이를 먹어본 적이 없던 하빈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문제의 떡볶이를 내려봤다.'“물론 맵지. 그런데 이 떡볶이는 매워야 되거든. 먹어 봐?”'수하는 하빈의 입에다 떡볶이를 넣어주면서 방긋 웃었다. '“맛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