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으로 전해져 오는 달콤하면서 고소한 커피 향과 더불어 시끄럽게 울려대는 커피포트의 신호음이 자고 있던 은수의 귓가를 시끄럽게 울려댔다. 마치 경종처럼.'흐트러진 머리를 손을 넣어 뒤로 넘기며 엎어져 자고 있던 은수는 몸을 뒤척이며 귀를 틀어막았다. 그녀의 작은 몸짓에 이불 한쪽 끝으로 가느다랗고 흰 다리가 쑥 삐져나와 침대 끄트머리에 걸쳐졌다. 유난히 흰 그녀의 살결이 창을 통해 스며드는 햇살에 더욱 빛이 나고 있었다. 더군다나 하얀 시트를 몸에 감고 있어 그녀의 몸매가 고스란히 밖으로 드러나는 상태였다. 그녀의 자세가 얼마나 고혹적이고 야시시한지 모른 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송규의 두 눈이 그런 그녀를 대놓고 감상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점점 위험스럽게 변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부엌에 서 있는 송규를 보기 위해 은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지금 몇 시에요?”'그가 대답 없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자 은수는 그의 시선이 자신을 훑어보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떨어져 있는 홑이불을 끌어당겨 덮었다.'“미술품 전시 관람하는 것도 아니고, 대놓고 그렇게 쳐다보지 말아요.”'뾰로통해진 입을 삐죽거리며 은수는 목까지 이불을 끌어당겨 가리고 일어나 앉았다. 짧은 반바지에 반라의 상태인 송규가 커피를 들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와 섰다.'“당신을 알다가도 모르겠어.”'“뭘요?”'은수는 향기롭게 퍼져나가는 그의 커피를 욕심내며 입술을 축였다. 그러나 마시고 싶은 커피대신 은수의 입 안으로 넘어온 건 적은 양의 커피와 그의 타액이었다.'“으흡!”'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게 끌어당기는 그의 키스는 매번 하면서도 은수의 온몸을 짜릿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은수의 두 손은 스르르 떨어지며 이불을 꽉 움켜잡았다. 그녀의 손이 떨어지면서 여실히 드러나는 하얗고 고운 두 봉우리가 파르르 떨리자 송규의 거칠고 소유욕 강한 손이 그녀의 한쪽 가슴을 아프게 움켜잡았다. 은수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밀쳐내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그가 들고 있던 커피 잔에서 커피가 흘러내려와 시트를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어머!”'금세 흡수해 버린 커피의 얼룩을 보며 은수는 그를 밀치고 뒤로 물러나 앉았다. 흥분으로 가슴을 들썩이는 송규가 흘러내린 커피를 짜증난다는 듯이 흘겨보고 물러나 앉아 있는 은수를 향해 손을 뻗으려다 뒤로 휙 돌아 부엌으로 향했다.'“당신은 최음제야!”'화가 났는지 그의 두 어깨가 들썩거렸다.'“당신이 흘린 거지. 내가 흘린 게 아니잖아요. 왜 나한테 화를 내요?”'유달리 결벽증이 있는 그가 화를 내는 게 이해는 되면서도 자기 잘못을 꼭 은수 탓인 양 말하는 건 못마땅했다.'“이틀째야!”'“뭐가요?”'“당신 우리 집에서 자고 간 게 오늘이 두 번째라고!”'3주일 동안 이틀에 한 번꼴로 그를 만난 것 같았다. 한 번 빠져들기 시작하자 은수와 송규는 서로를 향한 갈망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2주 전에 만났던 그날 밤으로부터 시작해서 은수를 지나칠 정도로 탐했던 송규였다. 은수는 가끔 그가 이렇게 저돌적으로 자신을 원하다 어느 한순간 버리게 되지 않을까 싶어 두려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단 2주였지만 오래된 연인처럼 은수는 그의 몸에 익숙해져 있다. 물론 그녀의 몸 구석구석도 그의 손길에 익숙해져 다른 남자 따위의 손길은 앞으로 생각조차 못할 것 같았다.'그와의 관계를 언제쯤 끝내야 하는 걸까? 먼저 그와 끝내자고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망설이면서도 그를 만나 그의 애무를 받고 그와 사랑을 하게 되면 그런 두려움은 열병처럼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다.'“그래서요? 이제 시들해졌어요?”'그가 싱크대에 거칠게 커피 잔을 내려놓으면서 신경질을 냈다.'“아니! 아직도 난 당신을 안고 싶어. 지금도 당신을 향한 갈망이 미치게 날 압박하고 있어. 당신은 좋겠군.”'‘아니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은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일어서서 벗어놓은 옷을 집어 손에 걸치고 당당한 걸음으로 욕실로 들어갔다. 다른 때는 샤워 가운으로 발가벗은 자신의 몸을 감췄지만 오늘은 그러기 싫었다. 그에게 자존심 따위 세워 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은수는 자신의 몸에 남아 있는 그의 흔적을 그도 똑똑히 보기를 원했다. 거칠게 키스해 자리 잡은 붉은 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난 여자 때문에 곤란한 적이 없었어.”'“당신은 풍족했겠죠. 어떤 여자도 당신을 거부하지 않았을 테니까요.”'“내 일상이 당신 때문에 깨지고 있어. 내 집에서 자고 간 여자는 한 명도 없었고, 이렇게 사춘기 소년처럼 여자의 몸을 보고 참지 못할 정도로 흥분해 본 적도 없었어.”'“정상적인데 뭘 그래요? 여자의 알몸을 보고 흥분을 못하는 남자는 장애인 아닌가요?”'은수는 씩씩거리는 송규를 씁쓸한 눈으로 보며 욕실로 들어갔다.'뒤에 남은 송규의 미간이 찌푸려지고 그의 입술이 비틀어 올라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윤희한테도 이렇게 미치지 않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