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어느덧, 2달.' 이슬은 고등학생이 되면 뭔가 다를 거라 생각했던 지금의 현실이 중학교 때와 전혀 다른 것이 없어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삶이 무료하게 느껴졌다. 그런 그녀에게 며칠 전 버스에서 보았던 이름 모를 남학생은 이슬의 온 신경을 빼앗아가기에 충분했다. ' 간신히 지각을 면할 간당간당한 시간에 타는 버스 안에서 본 그.'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지만 유독 눈에 띄는 카리스마와 잘생긴 얼굴이 갓 고등학생이 된 이슬의 심장을 뛰게 했다.' 버스가 도착할 시간. 이슬은 정류장 뒤에 있는 상가 유리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았다. '요즘 들어 자주 생긴 버릇 중에 하나였다. 곱실거리는 머리는 드라이로 편다고 폈지만 부스스하기만 했고, 앞머리와 뿔테안경이 가린 얼굴은 좀처럼 이목구비가 드러나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졸업할 때까지 입으라며 맞춰 준 그녀의 교복은 남의 옷을 얻어 입은 듯 크기만 했다. 전에는 별 신경 안 쓰던 외모가 이제는 모든 게 불만스러운 그녀였다. ' ‘오늘도 타고 있을까? 제발 있어라.’' 버스가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던 이슬은 멀리서 달려오는 버스를 보곤 조금씩 긴장을 했다.' 드디어 자신의 앞에 도착해 문을 연 버스에 몸을 실은 이슬은 은연중에 그의 모습을 찾았다. 맨 뒷좌석에 앉아 친구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장난치던 그는 어느 순간 이슬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느낀 그녀의 얼굴은 마치 잘 익은 사과처럼 붉게 물이 들어갔다.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망설이던 그녀. 용기를 내어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마주 보았다. 그리고 곧 그녀의 귓가에 들려오는 충격적인 발언들. ' “뭘 쳐다봐. 이 메주덩어리야.”' “…….”' ‘헉! 설마 나한테 하는 말?’' 이슬은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니길 간절히 빌었지만 그의 눈은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똑바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저 메주, 벙어리야?”' ‘이건 꿈이야. 현실이 아닐 거야.’' 그녀는 좀처럼 충격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너무나 큰 충격이었기에…….' “그만해! 세주야. 저애 놀란 얼굴 좀 봐라. 심장마비 걸리겠다.”' 승민은 놀란 여자애의 표정에 친구를 말렸다. 하지만 자신의 친구 세주는 그만둘 의향이 없는 듯 여전히 먹이를 눈앞에 둔 사냥꾼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참 이해 못할 일이었다. 여자라는 존재에게는 늘 친절한 녀석이었는데 왜 저렇게까지 저 여자애에게 심한 말을 하는지 그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주제파악도 못하나 보지. 놀라긴 뭘 놀래. 여자가 못생긴 건 죄악이야.”' ‘못생긴? 죄악?’' 이슬은 자신이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도 없거니와 처음으로 관심이 가던 남자에게 이렇게까지 무안을 당했다는 것이 죽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다. 서 있기도 힘들었던 이슬은 비어 있던 자리에 힘없이 앉았다. 생각 같아선 당장이라도 이 버스에서 내리고 싶었지만 충격 받은 몸이 심하게 떨려왔다. ' “야! 너 벙어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