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폐월수화-인연 2권

[13장]
''''''펄쩍 뛸 줄 알았던 소륜이 의외로 너무 쉽게 포기해 버린다. 절대 그럴 수 없다며 어떤 요구조건도 다 들어 줄 수 있다고 말할 줄 알고 일부러 골라한 말인데. 초희는 양 손으로 턱을 괴었다. 심술 가득 든 양 볼을 부풀리며 침묵의 시위 작전으로 바꾼 것이다.'“내 모습을 내가 봐도 이상해요. 이랬다저랬다. 밝았다 흐렸다 하는 내가 우습지 않아요?”'“네가 가진 재주야. 난 그 재주를 아주 기쁘게 생각해. 그 씩씩함이 없었다면 넌 지금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까. 나는 널 몰랐다면 무척 슬펐을 거야.”'소륜은 초희가 상대하기에는 무적 같았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로 시비를 걸어 봤자 본전도 못 건질 것 같아 부아가 났다. 그래도 다행이다. 마음이 이리 하루에도 열두 번씩 더 바뀌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데 소륜은 전혀 구애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그런데 그를 보면 자꾸 싸움을 걸고 싶어지니 이것도 병이었다.'“똥 돼지!”'“이젠 그 말이 정겹기까지 한데?”'“느물 돼지! 뻔뻔 돼지예요!”'“그것도 과히 나쁘진 않군.”'소륜은 주도권을 잡은 위세를 몰아 초희와 마주 보게 침대에 걸터앉아 팔짱을 끼고 같이 농담 따먹자는 식이다. 초희는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소륜을 빤히 쳐다보았다. 사고를 당하던 그 장소 그대로, 그때 그냥 자게 두었어야 한다는 한 생각이 자꾸만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 일이 다시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지금 기분은 딱 그랬다. 입으로 꺼내어 말하자니 너무 민감한 문제라 골똘히 생각을 정리하며 그를 약 올릴 말을 찾느라 눈동자가 분주히 굴리며 생각했다.'“저기요?”'“머뭇거리지 말고 어서 말하도록 해.”'“있잖아요?”'“이번에는 뜸 들일 작전으로 변경한 거냐? 천천히 생각해. 앞으로 기다려줄 시간은 충분할 테니까.”'초희가 다시 세운 새로운 전략이다. 비굴하게 아부하기. '“주인님 제발 이 하인을 가엽게 여겨 관광할 수 있게 굽어 살피소서!” '소륜이 어이없어 하는 눈빛을 보면서 더욱 비굴하게 고개를 조아리며 애원했다. 그때 객실 벨이 울리자 초희에게 식사가 왔을 거라며 어서 내려오라는 말만 남기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화려한 룸서비스의 시작이다. 소륜은 제 것은 안 먹고 초희가 먹는 모습에 제 배 부른 듯 감상하는 자세로 바라보고 있었다. 초희는 부러 냠냠거리며 제 양을 다 비워 냈다. 조금 무리다 싶을 양만큼 먹어 치웠다.'“정말 안 돼요?”'입가에 묻은 음식물을 쓱싹 훑어내자 다시 시작이다.'“음……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아니다. 내 대답은 일관성 있게 안 돼야.”'소륜은 깜찍하게 앙탈중인 초희의 항의성 짙은 모습을 보며 당부해두고 싶은 말을 삼켰다. 여자 하나 지키지 못하는 남자가 무슨 자격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입 밖으로 지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미덥지 못한 구석이 있지만 자신이 조금 더 신경 쓰고 주의를 잘 살핀다면 그녀에게 닥칠 위험은 없을 것도 같았다.'“아니, 그 앞에 하려던 말이 뭐였어요?”''

미리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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