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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답이 없어? 너 술 다 깬 거 알아.”'케이는 눈치가 꽤나 빨랐다. 술 취한 척 하려했더니, 그것도 안 되나 보다. 나는 할 수 없이 다시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왜 우리가 이 택시 안에 있는 거죠?”'“나도 잘 몰라. 차를 타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택시 안이네.”'“난 그걸 물은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어차피 케이님 술 드셔서 운전 못하시잖아요!”'“그 정도로 취하진 않아.”'이 사람, 위험했다. 취하지만 않으면 차를 몰아도 된다, 이건가?'“한잔이든 두 잔이든 술을 마시고 운전하면 음주운전이에요!”'“상관없어.”'“왜 상관이 없어요! 택시를 안탔다면 지금 절 태워서 음주운전을 했다는 거잖아요! 그러다가 사고 나면 어쩌시려고요? 저 책임지실 수 있어요?”'나도 왜 지금 이 상황에 음주운전을 들먹이며 그에게 따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어.”'“네?”'“너 책임질 수 있어.”'이 사람, 정말 위험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내뱉는 게 맞을까? 왜 자꾸 사람 마음 흔들리게 하는 걸까? 왜 자꾸 오해할 말을 하는 걸까?'“다 왔어. 일단 내려.”'언제 도착했는지 택시가 멈춘 곳은 우리 집 앞이었다. 다시 택시를 탈 줄 알았던 케이가 나와 같이 내려버렸다.'“안 가요?”'“가.”'그럼 갈 것이지 왜 사람 들어가지 못하게 계속 서 있는 단 말인가? 나는 들어가지도 못한 채 집 앞에서 그저 케이가 가기를 기다릴 뿐이었다.'“술은 다 깼어?”'“저는 깼는데 케이님이 술 취한 게 아닐까, 의심이 되네요.”'“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네! 그리고 왜 아까부터 반말해요?”'“왜? 하면 안 돼?”'그렇게 물으면 할 말이 없다. 내가 더 이상 아무 말을 안 하자,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싫었다. 채린 그리고 우현이가 오늘 이 상황에 대해 물으면 난 또 할 대답이 없어진다. 이 상황을 만든 사람은 케이인데 왜 내가 변명할 걸 생각해야 하는가! 그 생각에 나도 모르게 까칠한 태도로 그를 대면하고 있었다.'“케이님!”'“김하준이야. 그냥 하준 오빠라 불러.”'“케이님!”'“그 말 너무 딱딱해.”'“오빠란 말 하기 싫거든요!”'“왜? 채린은 잘 하던데?”''그럼 채린한테 해 달라하지 왜 나한테 해달라고 한데? 비교당하는 것이 절대 좋을 리가 없었다. 나는 굳어진 표정으로 딱딱하게 말했다.'“제가 부르기 싫다고 하잖아요. 제가 뭘 부르던 케이님이 무슨 상관이에요!”'“상관있어. 내 이름이잖아.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봐. 내가 너 아무렇게나 부르면 좋겠어? 내 마음대로 부를까?”'“왜 말을 그렇게 해요!”'“내가 말을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무슨 상관이야?”'“당연히 상관있죠! 지금 저한테 말하고 있잖아요!”'“그렇지. 상관이 있지. 내가 너한테 말하고 있으니, 그러니 네가 나를 부르는 것이니 그것도 상관있는 거야.”'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케이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언제부터 저 사람이 저렇게 말이 많았을까? 취한건가? 아니 취한 게 분명했다. 그래야 이 상황이 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케이님. 제가 택시 잡아드릴게요. 가세요.”'내말에 그가 피식 웃어보였다.'“내가 취한 걸로 보여?”'“아니요. 그렇게 안보여요.”'취한사람이 나 취했어! 라고 누가 말을 하겠는가? 한동안 가만히 말없이 나를 쳐다보던 그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내일 얘기하자.”'“택시 잡아드릴까요?”'“하, 너 정말 내가 취한사람처럼 보이는 거야?”'보인다하면 큰일 나겠지?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안녕히 가세요.”'막 케이에게 인사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액정화면을 보니 생각했던 것처럼 우현이었다. 우현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떠올리자 괜히 웃음이 나왔다.'“응. 우현아.”'[야! 어떻게 된 거야? 일단 채린이 데려다주고 전화한 거야.]'“음,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옆에 있는 거 아니지?]'“아니야 데려다 주고 갔어.”'[지금 집이야?]'“응, 집 앞에 있!”'갑작스런 손길에 내 몸이 돌아섰고, 나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케이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간 줄로만 알았던 그가 거칠게 내 휴대폰을 뺏어들더니 그대로 통화를 끊어버렸다.'“오늘 이야기 해야겠어.”'“네?”'“내가 너한테 관심이 있어. 생각보다 많이!”'그의 말에 난 당황한 채로 케이를 쳐다보았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아니,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지?'“아…….”'“내가 취했다고 또 생각하겠지.”'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취해서 한 말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내일 또 말해 줄 테니깐!”'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했다. 그렇게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나는 케이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잠시 다시 그의 손에 들린 내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분명 우현일 것이다. 나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케이에게서 휴대폰을 돌려받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휴대폰은 다가가는 내 손에서 더 멀어질 뿐이었다.'“주세요. 휴대폰!”'“줄 테니깐 그럼 너도 줘.”'“뭘요?”'“관심, 오늘부터 나한테 관심 가져.”'풋, 이 상황에 안 어울릴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웃음이 새어나왔다. 내 웃음에 케이는 민망했는지 휴대폰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이미 끊겨버린 휴대폰을 건네받고서는 물었다.'“케이님 말 어이없는 거 알죠?”'“몰라.”'꽤나 무안했는지, 케이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서는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그 모습에 그저 웃음만 나왔다.'“지금 담배 피실 거예요?”'“어.”'“그럼 피다가 집에 가세요!”'내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 집안으로 들어가려하자, 그가 다급하게 내 팔목을 잡았다.'“안 펴!”'언제 버렸는지, 불붙은 담배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케이는 떨어진 담배를 발로 지그시 밟아 불을 꺼버렸다. 나는 그 모습에 살짝 인상을 쓰고는 말했다.'“여기 우리 집 앞인데요?”'“주우려고 했었어.”'“됐어요. 내가 버릴게요.”'나는 허리를 숙여 떨어진 담배를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딱 끊어 말했다.'“이제 그만가요. 그리고 저 말고 채린이한테 더 관심 가져줘요.”'“뭐?”'“안녕히 가세요.”'나는 케이가 더 이상 잡지 못하게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재빠르게 집으로 들어왔다. 그의 관심은 고마웠다. 아니, 설레고 좋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마음은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먹었었다. 케이는 나보다 열 살이나 많았고, 사랑한다면야 극복할 수 있지만, 나는 케이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리고 절대 그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보다 친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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