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안.'침대 위에 여자가 잠들어 있었다. 고요한 달빛이 살며시 그녀의 얼굴을 비추자 무서운 꿈을 꾸고 있는 듯 그녀의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져 있었다.'친구들과 선배들이 열어 준 생일파티. 잠시 친구를 데려다주고 엘리베이터에 오른 설화는 7층 숫자를 8층으로 착각한 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파티장소로 들어갔다. 하지만 아이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로 왁자지껄해야 할 방안은 너무나 조용했다. 순간, 설화는 자신이 방을 잘못 찾아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이크, 잘못 들어왔네! 급하다고 덤벙대다가 다른 층을 눌렀구나. 다른 사람이 눈치 채기 전에 얼른 나가야지.’'그녀는 조심스럽게 잘못 들어온 방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확 잡아 끌어당기더니 빠져나가지 못하게 꼭 끌어안았다.'“악! 누구세요! 이거 놔요! 제가 착각을 해서 방을 잘못 들어왔어요. 미안합니다.”'그녀는 얼른 사과를 하고 붙잡힌 팔 안에서 풀려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은 사람은 그녀의 사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돌려세워 더욱 세게 끌어안더니 술 냄새가 확 풍기는 입술을 설화의 입술에 밀어붙였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설화는 더욱 비명을 지르며 남자에게서 떨어져 나가려고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힘을 주는 그의 손아귀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정희야!”''아악!'커다란 비명 소리가 어둠을 날카롭게 찢어 놓았다. 잠들어 있던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온 비명 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휴우! 또 같은 꿈이다. 이상하네? 한동안 꾸지 않았었는데…….”'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에 시달리게 된 것은 일주일 전부터였다. 요사이 일이 너무 많아 무리를 했더니 심신이 많이 약해졌나 보다. 하기야 지난 7년 동안 죽을힘을 다해 일만 했었다. 누군가를 향한 복수심을 가슴에 묻어 두고 복수의 칼날을 꺼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즐거움과 행복한 추억만으로 가득 찼어야 할 생일날, 악몽 같은 일을 겪어야 했던 그날의 기억은 설화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7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7년이라는 세월은, 설화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시간들이었다. 사랑하는 현우를 모질게 마음에서 몰아내고 복수를 꿈꾸었었다. 설화는 그날을 저주하며 다시는 자신의 생일날 미역국조차도 엄마에게 끓이지 못하게 했었다. 그날 엘리베이터에서 층수를 잘못 누른 것을 저주하며…… 생일파티만 하지 않았어도 현우 오빠를 잃어버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후회하고 또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한순간의 실수가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고 자신은 복수의 날만을 기다리는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처럼 마음에 증오를 키우며 그가 성장하기를 기다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