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공주다. '그렇다고 내가 대단한 가문이나 재벌의 2세쯤 되는 집안 배경을 가진 건 결코 아니다. 그럼 얼굴이 공주처럼 예뻐서인가? 그것 역시 아니다. 공주란 호칭은 나에겐 그저 이름일 뿐이다. '나공주. '그것이 호적상에 선명하게도 적혀있는 내 이름이다. 부모님이신 나철민 선생님과 공영희 여사께서 당신들의 아들딸을 공주처럼, 왕자처럼 키우시겠다는 열망 하에 그 이름도 찬란한 공주와 왕자로 명명하셨다. '그로인해 유치원은 물론이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 이름으로 인한 핍박과 설움에 시달려야 했음은 당연한 결과였다. '외모가 공주와는 거리가 먼 탓도 있었고, 사실 행동도 그다지 조신한 편은 아니어서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서 나는 철이(?) 든 순간부터 스스로를 강하게 무장했다. 강해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엄마가 흥얼거리며 들려주셨던 만화 주제가처럼 무쇠팔 무쇠다리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앞길을 가로막는 자가 있다면 거침없이 내리쳤고 나를 해하려 하는 자가 있다면 그 몇 배로 앙갚음을 해주었다. '시골학교의 특성상 그리 많지 않은 학생 수를 보유한 까닭에 전교생에게 내 소문은 일파만파 퍼져갔고, 알아서 몸을 사리는 아이들 덕분에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태평성대의 나날도 잠시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조무래기들을 아우르며 학교 뒤쪽에 있는 대숲을 제집 안방인 양 휘젓고 다니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