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을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으며 손사래를 치는 은노에게 따가운 눈총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시간이 넘도록 식탁에 침을 튀겨가며 열변을 토하는데도 그녀는 듣는 둥 마는 둥 뚱한 표정으로 반응했다. 그러다 겨우 취한 액션이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냉동실 문을 열어 얼음을 꺼내는 거였다.'“어머니, 아무래도 말로는 통하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네 생각도 그러하냐? 음. 그럼 매 타작을 준비하거라.”'특이하다 못해 기이한 고부 사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밑도 끝도 없이 결혼을 하라는 말에 고분고분 알겠다고 머리를 조아릴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그리고 아직 서른도 안 된 처녀를 도떼기시장 땡 처리하듯 그렇게 떠넘기려는 속셈에 일일이 상대하는 것도 기운이 딸렸다.'“나 일 밀렸어. 그만 들어갈게요.”'밤을 꼬박 새고도 아직 할 일이 태산이었다. 그래도 두 여사님들의 봉창 두드리는 황당한 소리에 눈썹 위에 올라앉았던 졸음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피 같은 한 시간을 할애했던 게 그다지 억울하지는 않았다.'“그럼 선이라도 봐.”'냉동실 문을 열고 얼음 하나를 더 꺼내기 위해 손을 휘젓던 은노는 엄마, 노 여사의 달달한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하긴, 당장 결혼하는 건 말이 안 되긴 하지.”'“그렇지? 내가 뭐랬니, 결혼은 아니라고 했잖아.”'노 여사의 말에 바로 맞장구를 치는 양정례 여사님.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보다 빠른 두뇌회전을 자랑하시어 어떤 상황에서든 치고 빠지기의 고수로 절대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는 분이었다. '“상대가 너무 놓치기 아까워서 우리가 그만 흥분을 했었나 보다. 그렇지 않니, 은주야?” '“맞아요, 어머님. 집안에 학벌까지 좋은 청년이 얼굴까지 죽인다고 하는데 어떻게 흥분이 안 되겠어요?”'고상한 얼굴을 하고 참으로 값싼 멘트를 날리시는 노은주 여사님을 은노가 지그시 바라봤다. 같이 살면 닮는다더니 고부간인 은주와 양 여사는 외모까지 흡사하게 닮아 시장을 나가면 당연히 모녀지간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닮지 않아도 좋을 팔자까지 같았다.'“얼마나 잘생겼는데?”'처음으로 관심을 표하는 은노에게 눈을 반짝이며 다가온 것은 노 여사였다.'“엄청 잘생겼대. 지나는 개도 침을 흘릴 정도라고 하더라.”'“진짜야?”'“그렇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