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은 학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다인 음악학원, 그녀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학원이었다. 늘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 악기 소리로 가득했던 학원이 그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신발을 벗고 실내화를 신은 다인은 원장실로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원장실 유리문 사이로 어머니가 보였다. 잔잔한 미소가 스민 얼굴로 노크를 했다.'똑똑.'미세하게 감지된 소리에 어머니인 수연이 고개를 들었다. 유리문 너머로 다인의 얼굴이 보이자 수연의 눈가가 부드럽게 움직였다. 다인이 조용히 문을 열자 수연은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올렸다.'“친구 집에 시험 공부하러 간다고 하지 않았니?”'“응, 갈 거야. 가기 전에 엄마 얼굴 한 번 보고 가려고.”'다정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다인은 수연을 향해 씩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의자를 당겨 그녀의 옆에 앉았다.'“우리 딸 다 큰 줄 알았는데, 아직 아기네.”'“나, 아기 아니다 뭐. 엄마보다 키도 더 커.”'“그래도 하는 행동은 아기네 뭘.”'수연은 다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다인의 얼굴에 스며 있던 새치름한 표정이 이내 눈 녹듯 사라졌다.'“원래 엄마의 눈에는 자식이 아무리 커도 아기로 보이는 법이야.”'빙긋이 미소 지은 다인은 수연의 품을 파고들었다.'“엄마.”'“응?”'“그냥 나 친구 집에 가지 말까?”'수연이 웃음 지었다.'“왜 웃어?”'“어디 먼 길 떠나는 것도 아니고, 내일이면 볼 건데 유난을 떤다 싶어서…….”'“엄마가 나 보고 싶어할 것 같아서 그러지. 괜찮겠어? 엄마.”'“괜찮지 그럼. 시험 공부 열심히 하고, 그렇다고 너무 무리는 하지 마. 건강이 최고라는 것, 알고 있지?”'“응.”'수연의 품에서 떨어진 다인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원장실을 나와 실내화를 벗고 신발을 신은 다인은 학원을 나섰다. 걸음을 옮겨가던 다인이 뒤돌아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지만, 수연은 알았다고 고개만 끄덕일 뿐 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오래도록 그곳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