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강변도로에는 검은 색 스포츠카 한 대가 앞뒤 차 사이를 곡예 하듯 비집고 다니고 있다. 남자는 과속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속도를 높이며 달리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 어머니에 대한 원망, 그리고 자신은 놓지 못할 거면서 내려놓을 수 있다 말하는 여자에 대한 배신감까지 어우러져 그 모든 감정을 자신의 오른쪽 발에 있는 힘을 다 실어 액셀을 있는 대로 밟고 있었다. '“오빠! 이러지 마. 차 속도가 너무 빨라.”'“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 너도 날 놓을 수 없잖아?”'“그럴 수 없어.”'“그럼 나도 어쩔 수 없어. 그것도 넌 알고 있어.”'“난, 오빠가 아니야, 오빠랑 생을 함께 이 자리에서 마감할 만큼 오빠 사랑 안 해.”'여자는 남자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힘줄이 불거져 나오도록 양손의 주먹을 꽉 잡은 채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달처럼 큰 눈망울에 채 떨어뜨리지 못한 눈물이 한 가득 고여 있다. 여자는 그 눈물방울이 흘러내리지 않기를 그리고 남자가 이쯤에서 자신에 대한 마음을 접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랐다. 그녀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그 남자이기에 그가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자신으로 인한 가슴앓이를 그만둬 주기를……. 그 다음에 남겨진 아픔은 자신이 모두 감당할 거니까, 항상 아픔은 그녀의 몫이었으니까. 인생의 가장 아프고 힘들었을 시간을 행복을 느끼게 해 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그녀의 마지막 선물이니까. '“거짓말!”'“아니야, 정말이야.”'“그래? 그런데 어쩌냐? 난 널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는데, 이렇게 끝까지 같이 갈 거야.”'남자는 알고 있다. 자신이 그녀에게 이렇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억지스러운 일인지를, 하지만 놓아줄 수가 없음도 사실이었다. 그녀를 놓는 순간부터 그의 심장도 같이 죽을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으므로.'“아악”'여자의 다급한 외마디 비명 소리와 함께 남자가 몰던 차는 중앙선을 넘어가 버렸다. 그리고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급정거 하면서 “쾅” 하는 소리와 고막이 찢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도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검은색의 스포츠카가 중앙선을 넘어서 마주 오던 화물차와 부딪쳐 전복되어 차체를 알아 볼 수 없었고 그 안에 타고 있던 남자와 여자는 충격으로 인해 차 밖으로 튕겨져 나와 있었다. 그 와중에도 남자는 여자를 자신의 품에 꼭 끌어안고 있었다. 어미 새가 알을 부화하기 위해 그 알을 품은 것처럼……'그리고 그 사고가 나던 그 봄날의 밤엔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듯 벚꽃이 흰 눈처럼 날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