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첫물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시작’을 수없이 겪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분과 다부진 각오로 임하게 되죠. 그런데 그와 반대로 ‘끝물’이라는 말을 아십니까? 우리는 ‘끝물’이라는 말로 시들해진, 조금은 초라해진 마지막을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만남은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첫물처럼’ 한결 같은 모습으로 만나기를 바랍니다. 오늘 처음 여러분과 만납니다. [한주훈의 달빛 데이트] 시작하면서 박기영의 <시작>이라는 노래로 첫 문 열겠습니다.” '- 200X년, X월, X일. [한주훈의 달빛 데이트]. 처음 시작하던 날, 설레는 마음으로.』'''# 1'''[한주훈의 달빛 데이트.]'아리가 침대에 누워 더듬더듬 침대 옆 오디오를 틀자마자 부드러운 주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뻑 땀에 젖은 몸으로 축 늘어진 이불을 힘껏 끌어올리며 가물거리는 반수면 상태에서 흘러나오는 시그널 음악 소리를 힘겹게 들었다. 땀에 젖은 찝찝한 느낌과 냄새에 살짝 얼굴을 찡그리기는 했지만 아리에게는 지금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몸이 나으면 이불 먼저 빨아야겠다. 상비약도 챙겨놓고. 아니야, 아니야. 몸부터 씻어야지.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담아 놓고……. 아, 씻고 싶다. 아, 몰라, 몰라. 머리아파.'아리는 팔을 이마 위로 가져갔다. 이제 열은 내린 듯했다. 땀을 쭉 빼며 한 잠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조금 나은 것 같다. '“아, 방송 들어야지, 방송.”'이런저런 상념에 라디오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더니 라디오에서는 어느새 시그널 음악이 끝나고 주훈이 오프닝 멘트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아마 방송 진행이 매끄럽지 못할 겁니다. 저희 작가가 원고도 안 넘기고 몸져눕는 바람에 PD님과 보조 작가분이 날림으로 원고를 쓰시더니, 오프닝이랑 클로징은 저보고 알아서 하라고 떠넘기시더군요.]'낮으면서도 부드럽고, 힘 있는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인정하긴 싫지만 언제 들어도 좋은 목소리다. 그래, 가수니까 목소리가 좋은 건 당연하지. 그런데 아무리 날림으로 한다고 오프닝을 저리 시작하나. 아, 몰라. 내가 알게 뭐야. 생각하지 말자.'[오늘 방송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이해해주세요. 그리고 병아리 작가님, 그 나이에 연애를 못하니까 병이 나는 겁니다. 아프기 싫으면 연애하세요.]'“헉!”'조금 웃음기어린 주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던쥬스의 <사랑을 시작해도 되겠습니까>라는 상큼한 노래가 이어졌다. 선곡도 아마 오프닝을 맡았다던 주훈이 했으리라.'''''2장. 스치듯 다가온 사랑처럼''3장. 때론 모르는 사람처럼''4장. 오늘 죽을 것처럼''5장. 비익조, 연리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