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실은 너무 힘들어요. 숨도 잘 못 쉬겠어요. 거기다 그 사고 난 여사원도 언제 복직하게 될지 모른다니, 아! 정말 미치겠어요!”'다희를 라커룸에서 만난 재영은 그녀를 따라 전무이사 비서실로 왔다. 그리고 다희가 타준 커피를 마시며 신세한탄을 하고 있었다.'“유선 씨가 잘한다고 칭찬 많이 하던데 뭘.”'“아니에요. 만날 혼나요.”'재영이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어제는 전무이사님이 올라오셨는데 제가 깜박하고 커피에 설탕을 한 스푼 넣은 거예요. 상무이사님이랑 헷갈려서.”'비서로서 임원들이 선호하는 차를 암기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특히나 회장실의 경우에는 더욱 중요하기에 따로 프린트를 해 탕비실에 붙여놓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실수를 했으니.'“왜 그랬어? 그것도 전무님 걸.”'“그러니까요! 유선 언니도 그거 가지고 막 뭐라고 했다니까요. 어떻게 네가 모시던 분 커피 기호까지 잊어버릴 수가 있느냐고.”'다희는 빙그레 웃으며 커피를 한 모금 삼켰다.'“아니, 전무님도 그래요. 오늘따라 좀 다네, 이러시면서 하루만 그냥 마시면 어디가 어떻게 된대요? 그걸 꼭 불러서 다시 가지고 오라고 까칠하게 구실 건 또 뭐래요? 제가 가지고 들어갔으니까 제가 탔다는 거 빤히 아실 텐데,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한 번 봐주시면 어디가 덧나나. 아무튼 이상현 전무님! 두고 봐요. 내가 다시 여기로 오면 잊지 않고 꼭 복수해 줄 거야!” '투덜거리던 재영의 시선이 흘깃 손목시계로 향했다.'“어? 올라가야겠다.”'재영은 손에 들린 커피 잔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리님! 저 가요.”'“그래,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네, 수고하세요.”'“응. 재영 씨도 수고!”'재영이 나가자 다희는 두 개의 커피 잔을 가지고 탕비실로 들어가 싱크대 앞에 서서 세척을 하기 시작했다.''탕비실을 나와 자리에 앉은 다희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8시50분. 평소라면 벌써 출근을 했어야 하는 상현. 그런데 오늘은 출근이 늦어지고 있었다. 상현의 출근이 늦어질수록 다희는 더욱 긴장이 되고 초조해졌다. 사실 그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도 고민이었다. 그에게 받은 사랑고백. 지금도 다희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랑한다니, 다른 사람도 아닌 채다희를, 이강현의 아내와 다름없는 채다희를 사랑한다니. '다희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중얼거리면서. 그런데 가슴은 왜 이렇게 설렌단 말인가. 잔뜩 긴장한 다희가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을 때, 휴대폰이 진동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