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베네딕트 저택. 오늘따라 그 저택 주변이 어수선해보였다. 화려한 외양과 마찬가지로 내부 역시 최고급으로 치장된 저택 안에서는 지금 파티가 한창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가들을 전부 집합해 놓은 듯한 메인 홀.'그 안에서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와 더불어 여인들의 유혹적인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단으로 휘감은 여인들의 드레스가 사각거리는 소리와 검은색 정장 일색으로 차려 입은 신사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 남자아이가 아직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파티에 참석했다.'알렉시스 베네딕트는 짙은 금발머리를 올 백으로 넘기고 바다처럼 파란 눈동자로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오늘 파티가 열리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낮은 단상 위에 올라선 아버지 옆에 의젓하게 서 있던 알렉시스는 자신보다 한 살 어린 남동생 앨버트가 몰래 파티장에 숨어드는 것을 발견하고 이마를 찡그렸다.'샹들리에 불빛 아래에서 번쩍이는 반지를 낀 손을 위로 올린 해리 베네딕트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조용해지자 입가에 약간은 잔인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연설을 시작했다.'“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제 장남인 알렉시스가 일곱 살이 된 날이기도 하지만, 베네딕트 가의 후계자가 알렉시스임을 여러분에게 알리는 날이기도 합니다.”'조용한 홀 끝에서 아주 작지만 또렷하게 칭얼거리는 음성이 들리자 알렉시스의 눈이 본능적으로 그쪽으로 향했다. 칭얼거리는 소리가 앨버트의 것이 확실하다고 여긴 알렉시스는 동생을 찾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기 전에 방으로 올려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버지의 지루한 연설을 듣고 있었다.'5분 정도면 된다고 비서에게 이야기하시던 것과는 다르게 아버지는 반시간이 지나서야 아쉬운 얼굴로 연설을 마쳤다. 아버지인 해리 베네딕트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연설가는 아니었다. 타고난 장사꾼이기는 했지만, 사람들 앞에 나서기에는 뭔가 부족했다.'아버지의 기대에 찬 눈빛과 마주치자 알렉시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의 바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접근하기 힘든 얼굴로 앞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그동안 베네딕트 가(家)는 전통적으로 장남에게 회사를 물려주었으며, 이제 알렉시스는 베네딕트기업을 물려받을 후계자로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잠시 후, 알렉시스는 귀부인들과 그 남편들이 앞 다투어 다가오는 것을 보며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아내고 있었다.'“일곱 살이 되었다면서요? 정말 귀엽네요.”'은발의 여인은 주름살을 감추기 위해 얼굴 전체를 거의 분장에 가깝게 화장한 것 같았다. 알렉시스는 역겨운 화장품 냄새를 참으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야만 했다. 회사 일로 자주 드나들던 중역들은 조금은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관찰하듯이 보고, 해리 베네딕트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아드님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생일축하 인사는 저에게 하셔야 하는 것 같네요.”'알렉시스는 엉뚱하게 아버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스미스 이사에게 결국 한 마디를 던지고 말았다. 해리는 아들의 영특함에 놀랐는지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고, 스미스 이사의 얼굴은 파티 음식으로 나온 토마토 샐러드를 연상하게 될 정도로 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