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현아, 너 또 MT 빠질 거야?”'“미안. 주말에 과외가 있어서.”'은현의 거절에 나리는 못마땅한 듯 입술을 실룩거렸다. 은현이 대학에 들어와 처음 사귄 친구가 나리였다. 입학 초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지 않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던 은현은 강의실에서 늘 조용히 수업준비를 했었다. 그 모습이 호기심을 끌어 말을 걸게 되었다고 한다. 탄탄한 중소기업 사장의 딸인 나리와 구멍가게에 가까운 허름한 슈퍼마켓 주인을 부모로 둔 은현은 사는 세계가 많이 달랐다. 어쩌면 졸업할 때까지 교점이 전혀 없을 수도 있었는데 나리의 관심이 두 사람의 관계를 만들었다.'하지만 두 사람의 환경이 너무 달라선지 자주 이질감을 느끼곤 했다. 그래도 은현은 부모님의 돈으로 대학생활을 즐기는 학생들을 보며 그저 자신과는 다른 인생도 있다고만 여겼다. 반면에 나리는 은현의 생활고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하여간 근로학생이라니까?”'나리는 은현을 향해 돌아서서 새삼 그녀의 모습을 살펴봤다. '‘화장을 안 한 건 그렇다 쳐. 저 촌스런 뿔테안경이랑 싸구려 티셔츠에 물이 빠진 청바지는 감당이 안 되네. 여대생으로서 실격이야.’ '첫 대면부터 지금껏 은현의 차림은 변함없이 수수했다. 처음엔 자신과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 재미있어서 접근했다고 쳐도 함께 어울리고 있는 지금도 저런 차림이라면 좀 곤란했다.'‘물론 수준이 안 맞으니까 함께 놀러 다닐 일이야 없겠지만 이렇게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누가 얘랑 똑같은 취급하면 어떻게 해. 그런 건 절대 안 돼.’'나리는 자신을 가꾸기 위해 시간이든, 돈이든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언제나 완벽한 메이크업을 하고,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웨이브 파마를 고수하면서 펌 굵기나 머리 길이에 변화를 줘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그녀가 몸에 걸치고 있는 옷이나 장신구 가격을 합하면 한 학기 등록금을 훨씬 웃돌 것이다. 이런 자신을 은현과 동류로 보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잠시라도 생각한 게 어처구니없었다.'‘아예 비교 대상이 아니지.’'오히려 은현의 옆에서 자신감이 더 생긴다는 게 맞을 것이다. 나리는 생각을 바꾼 후에 홀가분한 얼굴로 웃었다.'“그래도 가끔씩은 학과 일에 참여하기도 해라. 그래갖고 남자 만날 기회나 있겠어?”'“관심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