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기분 좋은 부저 소리와 함께 중앙 방송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1068번 합격입니다.]'“오예.”'채현은 재빨리 차에서 내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가며 누군가를 찾았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순간,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선생님!”'그녀는 재빨리 자신을 지도해준 남자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꼭 붙잡고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기쁨을 함께 했다. '“저 합격했어요. 합격했다고요오.”'그녀의 말에 남자는 마치 떫은 땡감을 씹어 먹은 듯이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예, 장하십니다. 남들은 한 달 만에 필기, 실기 합격하고 도로주행까지 끝내는 마당에 실기시험을 6개월 만에 합격하다니 장하지요. 암만.”'그녀의 운전교습 선생인 남자는 잔뜩 비꼬인 목소리로 그녀의 즐거움을 와장창 소리가 나게 깨버렸다. 하지만 채현은 남자의 비꼼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말했다. '“그래도 합격했다는 게 어디예요? 이제 도로주행만 하면 운전면허증이 나온다는 거잖아요.”'“하채현 씨.”'“네?”'“내가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꼭 운전을 해야 하겠습니까?”'그녀의 선생은 그녀가 운전을 하는 게 무척이나 못마땅한 듯이 ‘꼭’이라는 단어에 잔뜩 힘을 주어 가며 물었다. 남자가 말하는 바를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그녀는 당당한 얼굴로 힘주어 말했다. '“당연하죠.”'“웬만하면 그냥 택시 타고 다니지 그래요?”'“저도 그게 편하긴 하지만, 만약 늦은 밤이나 새벽에 아이라도 아프면 어떻게 해요? 시간을 지체하지 않으려면 엄마인 제가 운전을 해야죠.”'“아니, 결혼도 안 했다면서 무슨 벌써 애 걱정을 해요? 그리고 애가 아프면 애 아빠더러 운전하라고 하면 되지 왜 살인면허 소지자인 하채현 씨가 차를 끌고 나가려고…….”'“남편이 없으면요?”'“오밤중에 남편이 없긴 왜 없어요? 그리고 만약 없으면 전화를 해요. 애가 아프니까 빨리 오라고.”'“부를 남편이 없으면요?”'“부를 남편이 없긴 왜…….”'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묻는 채현의 말에 남자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 듯 눈을 부릅뜨고 채현을 바라봤다. 그녀는 너무나 태연한 얼굴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