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진아?”'새 학기가 시작되고 라일락 향기가 교정에 흩날리고 있던 4월의 어느 날, 정일이 갑자기 진진의 앞을 막아서더니 말을 건넸다.'“네?”'“잠깐 얘기 좀 할래?”'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망설이는 정일의 기색에 진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하세요.”'진진은 손가락으로 안경을 올리며 조금은 짜증스런 투로 대꾸했다. 그러자 정일은 조금은 민망하고 어색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진진을 보고만 있었다.'“너니까 내가 편해서 말하는 거야. 다른 사람이면 이런 말 하지도 못해. 그건 알지?”'정일의 말에 진진은 너무 잘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무슨 얘긴데 이렇게 뜸을 들이세요. 편하게 얘기해요 선배.”'사실 묻지 않아도 빤한 거였다. 하루 이틀 당해 본 게 아니었으니까. 대학 들어와서 지금까지 진진에겐 일상처럼 일어나는 일이었다.'“저기 이거…….”'어색하게 말끝을 흐리던 정일은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조심스럽게 진진에게 내밀었다.'“미안한데 이거 수란 이한테 좀 전해줄래? 어디서 들었는데 수란이가 갖고 싶어 한대서……. 직접 주고 싶지만, 알다시피 수란이 요 며칠 학교엔 나오지도 않고 그래도 너랑은 친하니까 만나던지 아님 연락은 할 거 아니니. 그러니까 네가 대신 좀 전해주라.” '정일이 내민 선물 꾸러미를 보던 진진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이거 향수죠?”'“어? 어떻게 알았어?”'“수란이가 갖고 싶어 하던 그 향수 맞죠?”'자신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진진의 말투는 확신에 차 있었다.'“어. 맞아.”'진진은 그만 입을 다물었다. 수란인 늘 그런 식이었다. 대놓고 사달라기 뭐하니까 은근 슬쩍 돌려서 정일 선배 들으란 듯 아니 정일 선배뿐 아니라 누구든 자신에게 사줄 사람이 있으면 사달라는 식의 뉘앙스를 흘리고 다니는 식. 이렇게 해서 필요한 물건을 챙기는 건 수란의 오래된 버릇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