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지끈거리는 두통 때문에 눈을 감은 채 차 시트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가희가 스르르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도착했습니다.”'기사의 말대로 가희는 성북동,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도착해 있었다. 그제야 두통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가평에만 다녀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두통. 근래에는 아예 머리가 깨지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대리모, 그 이야기가 나온 뒤부터였다.'가희는 지금 순임과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하루에 한 번씩 자신을 불러 벌을 세우듯 노려보다 돌려보내는 순임과 그녀가 원하는 단 한마디를 내뱉지 못해 지옥과도 같은 그 집에 매일 찾아가 순임의 얼굴을 봐야 하는 가희.'그렇게 손자가 소원이시면 입양은 어떠시냐고 했다. 그것이 가희가 내놓을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라고. 하지만 순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떤 핏줄인줄 알고 감히 자신의 집안에 들이냐는 것이었다. 오히려 가희에게 대리모가 아이를 낳아서 데려오면 그 아이를 입양한 아이라고 생각하고 키우란다.'그러니까 순임은 민형이 절대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을 것을 알기에 가희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었다. 때마침 민형이 미국으로 출장을 가고 없으니 기회는 더욱 좋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2년 전 학교를 포기할 때도 그랬었다. 그때도 민형은 중국 출장 중이었다. 민형이 돌아왔을 때는 이미 가희가 학교에 자퇴서를 낸 직후였다. '귀국한 민형은 가희가 학교를 그만둔 것을 알고 불같이 화를 냈었다. 그러나 그 뒤에 자신의 할머니가 있었음을 알고는 더없이 미안해했었다. '이번만큼은 절대 질 수 없었다. 대리모, 대리모라니? 그것만은, 절대로 그것만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무리 자신을 조이고 괴롭혀도 절대 순임이 가희를 이기지 못하리라.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으면 죽었지 그런 짓은 할 수 없었다. '“후후후.” '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비틀린 미소를 짓는 가희를 운전석에 앉은 이 기사가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