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여성용 속옷 매장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들을 향했다. 확실히 눈에 띄는 인상적인 커플이었다. 아니, 커플처럼 보였다. 한 명은 키가 작고 상당히 귀여운 외모의 여성이었다. 특히 반짝이는 동그란 눈은 인형처럼 투명한 느낌을 주었다. 그런 그녀가 거의 매달리다시피 팔짱을 끼고 있는 한 사람은 여자들이라면 한 번씩 돌아볼 정도로, 섬세하게 다듬어진 조각 같은 미소년의 느낌이었다. 하얀 후드 티 위로 회색 재킷을 걸친 그(?)는, 입고 있는 청바지와 색이 비슷한 네이비 색 야구 모자를 쓰고 있었다. ' 모자 아래 깊숙이 감춰진 눈동자는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하얀 피부, 부드럽게 뻗은 콧날과 모양 좋은 도톰한 붉은 입술만 보더라도 그의 외모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매장 안의 여자들은 신비로운 소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그에게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 어쩐지 무심해 보이는 표정마저 매력적인 그와는 다르게, 그 옆에 꼭 붙어 서 있는 인형처럼 작고 귀여운 그녀는 계속해서 작은 입술을 움직이며 다양한 표정으로 참새 같은 수다를 이어 나갔다.' “그 인간, 잘나가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실장이라는데 말이 비서실장이지, 완전히 사장 몸종이더라니까. 그렇게 어리바리하고 곰 같은 스타일은 딱 질색인데, 아직까진 이용가치가 있을까 싶어 더 두고 보려는 참이야. 그 인간은 별루지만, 거기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가수들은 완전 짱이거든. 언제 날 잡아서 구경 가려고. 그 사람이 주빈도 소개 시켜 준다고 했거든. 지금 그날만 기다리고 있어. 상상만 해도 굉장하지 않아? 주빈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다니. 어머, 이거 예쁘다!”' 그녀가 핑크색 도트 무늬가 도드라진 브래지어를 자신의 가슴에 대보며 그를 향해 돌아섰다. ' “어때, 예뻐? 그냥 보지 말고, 내가 다 벗은 상태에서 이것만 걸쳤다고 생각하면서 한 번 봐봐. 나랑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아?”' 그녀의 대담한 행동과 말에 주위 여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상대방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녀가 노란색의 귀여운 브래지어를 가슴에 걸쳐 보이며 거울 앞에 섰다. ' “정우야, 이건 어때?”' 하지만 그는 이미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에 하얀색의 깔끔한 브래지어를 유심히 보고 있는 그가 보였다. 그녀가 종종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 “이거 마음에 들어? 내가 하나 사줄까?” ' 그 순간, 두 사람을 의식하며 지켜보던 여자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그들 앞에 서 있던 점원 역시 당황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마침내 그녀가 문제의 그 하얀색 브래지어를 점원에게 보이며 말했다. ' “이거 세트로 하나 싸주세요. 참, 정우 너 사이즈가 어떻게 되지?” ' 갑자기 자신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여러 시선에 부담을 느낀 정우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 “공민아, 나 먼저 나가 있을게.”' 민아는 나가려는 그, 아니, 그녀를 잡으며 투정부리듯 말했다. ' “사이즈는 말해주고 가야지. 네가 말 안 하면 내 마음대로 살 거야. 얼른 말해. 너한테 선물해 주고 싶단 말이야.” ' 하지만 정우는 그녀의 손을 무심한 얼굴로 뿌리쳤다. ' “아냐. 난 됐어.”' “야! 손정우!!!”' 그러나 민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성용 속옷 매장을 나가 버린 정우였다. 여전히 노란색 브래지어를 가슴에 두르고 하얀색 브래지어를 들고 있던 민아는 입을 삐죽 내밀며 툴툴거렸다. ' “어유, 계집애. 까칠하긴.”' 민아는 이 모든 상황에 완전히 넋이 나가 버린 점원을 향해 못마땅한 얼굴로 쏘아붙였다. ' “뭘 그렇게 멀뚱히 서 있어요? 어서 저 친구 사이즈나 때려 맞춰 봐요!” ' 점원은 이제 정말, 할 말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