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당신이 두려워요.”''“알아…….”''“당신 마음 같은 거… 난 안중에도 없어요.”''“그것도 알고 있어.”''주희는 신혁을 세차게 노려보았다. 어렵사리 진심을 털어 놓는 자신과는 달리 모든 것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신혁에게 화가 났다.''“당신 속셈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된 이상 나, 당신을 이용할 거예요.”''“그래, 얼마든지.”''신혁에게 하는 선전포고였고 도발이었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이게 당신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은 의도였다면 실패했어요. 이런다고 당신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아요. 하지만 걱정 말아요. 잘나고 대단한 강신혁 씨의 한국 첫 활동을 나 때문에 망치는 일은 없을 테니까.''빠르게 문 앞까지 걸어가 문고리를 돌리려는 차, 낮은 신혁의 목소리가 그녀를 붙잡았다.''“루시.”''독단적이고 강한 힘이 서려 있어 두려움에 치를 떨게 만들던 신혁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가 밖으로 내뱉은 말은 두 글자의 이름뿐이었지만 가슴이 아릴 만큼 애처로웠다. 주희는 온몸을 감싸는 생소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움직임을 멈췄다.''“한 마디 말도 없이 한국으로 도망칠 만큼 내가 원망스러운가?”''“…죽이고 싶을 만큼요.”''주희는 입술을 꼭 깨물며 터져 나오려는 울분을 삼켰다. 그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다행이군. 죽이고 싶은 사람이 당신 자신이 아니라 나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