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Ra그룹 본사 로비. 이 회사 여직원 인 듯한 여자와 어두운 표정에 점퍼 차림을 한 여자가 로비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녀들은 서로의 얼굴을 탐색전을 벌이듯 살피고 있는 중이다. 두 여자 사이에 묘한 냉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결코 기분 좋은 일로 만나고 있는 건 아닌 듯 보인다. 무슨 일이 그들에게 있었는지, 두 여자의 표정이 사뭇 대조적 이다. 여직원인 듯한 여자는 깐깐함과 쌀쌀함이 묻어나는 눈빛을 띠고 있었다. 그렇게 보이기 위해 팔짱을 끼고 다리고 꼬아 놓은 듯 보였다.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여자는 그에 반에 심각한 표정으로 진지한 눈빛을 띠고 있었다.'“언제까지 줄 거야?”'점퍼 차림의 해나 목소리에 화가 묻어났다. 하지만 맞은편 여자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갚을게, 걱정하지 마. 그 돈 안 떼먹어.”'여전히 귀찮은 듯 시큰둥한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어깨 밑으로 흘러내리는 생머리를 하고 옅은 화장을 한 이십대 초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그게 언제야?”'해나는 참을성에도 한계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차분히 물었다. 돈 꿔간 사람은 느긋한데 돈 꿔주고 떼일 상황에 놓인 그녀만 안달 난 것 같아 짜증이 밀려왔다. '“한꺼번에 못 줘. 다달이 월급 받는 대로 갚아 줄게.”'갖은 아양과 애교로 천만 원이란 거금을 빌려간 미수는 배 째라 식이었다. 해나는 어떡해서든 돈을 받아 내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어떻게 모은 돈인데, 그 돈으로 작고 깨끗한 임대 아파트로 이사 가려고 아끼고 아껴 모아 두었던 돈이었다. 너무 급해 보여서, 같은 처지의 언니이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을 접어두고 빌려주었던 것이다. 해나에게는 전 재산을 꿔주었다 해도 거짓이 아니었다. 그런데 버젓이 회사에 취직까지 하고도 몇 달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 물어물어 찾아 온 길이었다. 입안의 침이 마르기 시작했다. 당장 뺨이라도 갈겨 주고 싶은걸 참느라 손이 부르르 떨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