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택시! 택시!”'한솔은 발을 동동 구르며 핸드폰 시계를 연신 들여다봤지만 택시는 매정하게 그녀를 지나쳐 버렸다. 지금 당장 택시를 탄다고 해도 약속 시간에 맞추기는 어려웠다. 한솔은 바싹 마른 입술을 혀로 핥고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길의 저편을 쳐다봤다.'지하철역까지의 거리는 힘껏 달려서 10분 정도였다. 어쩌면 세 번이나 갈아타더라도 버스를 타는 편이 빠를 지도 모른다.'어깨 옆으로 메고 있는 가방 끈을 몇 번이나 초조하게 쥐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강한 햇살에 옷 속에서는 땀이 굴러 떨어지는 게 선명하게 느껴졌다. '지하철? 버스? 택시?'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봤지만, 아무리 찻길을 살펴도 빈 택시는 눈에 띄지 않았다. '“젠장.”'작게 중얼거리며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약간의 굽이 있는 샌들을 신고 있어 아무리 힘껏 뛰어도 평소의 달리기 실력은 나올 리 없었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한솔이 마음을 정하고 옆으로 돌아서는 순간 운명처럼 단번에 눈동자에 신문 타이틀이 크게 들어왔다.''《멀티플럭스 강도진(32) 실장,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국내 두 개 지점 멀티플럭스 소유주 된다.》''그동안 의식적으로 신문이나 잡지를 피해왔었는데, 어째서 순간적으로 이것이 눈이 들어왔는지 모를 일이었다. 누군가 목을 조르는 것 같은 기분에 한솔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뱉어냈다. 새파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어찌나 풍성하게 부풀어 있는지 손을 내밀면 잡힐 것 같다. '강도진, 강도진, 잠시 지나치듯 본 것 뿐 인데, 그새 그의 이름이 머릿속을 꽉 채워 버렸다.'한솔은 어깨를 가로질러 메고 있는 가방 끈을 꽉 쥐고 걷기 시작했다. 잠깐 발목이 옆으로 꺾이며 휘청거렸지만 얼른 중심을 잡고 걸음을 재촉했다.'“바보, 천치. 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