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결혼하여 잉꼬부부로 소문난 연예인 부부가 이혼 소송을 냈다는 특종이 오늘 새벽 온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리고 오전, 이혼 사유에 대해 서로 너무나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까닭에 언론에서 그 일을 취재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남자 측에서는 여자의 과소비와 가정에 소홀한 것을 이혼 사유로 들었고 여자측은 남자의 끝없는 바람기를 이혼사유로 들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유정의 잡지사 역시도 그 일에만 무수히 많은 인원이 동원이 되어 취재를 나갔고 유정 역시도 바삐 움직여야 했기에 오늘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일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세 시가 지나면서 미유가 가장 먼저 회사로 돌아왔다. '“아고고, 아고고! 머리 어깨 허리 무릎 발 안 아픈 데가 없네.”'책상 위에 가방을 올려놓으며 배가 땅기고 허리가 아파 털썩 주저앉지도 못하고 팔걸이에 의지해 천천히 앉는 미유에게 유정이 얼음을 넣은 시원한 복숭아 티를 타 갖다 주었다.'“선배님, 여기 복숭아 티요.”'“쌩유, 쩡아.”'오늘과 같이 긴급취재가 있으면 기자들에게 밀려 넘어지거나 하면 큰일이었기에 취재를 조심해야 하는 미유였다. 다른 기자들보다 몇 배 힘들어 하면서 취재를 하고 온 그녀였지만 유정을 보며 웃는 얼굴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친정 쪽으로 취재 가셨었죠? 누구 좀 만났어요?”'얼음 동동 띠운 차를 반 이상 들이마신 미유가 이제 좀 살겠다는 듯 한숨을 길게 내쉬고 손등으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아니. 나 도착 전부터 기자들이 쫙 깔려 있어서 물어봤는데 어제 기사 터지고는 집안에 인기척도 없대. 동네 주민들이랑 경비만 취재만 하고 내내 기다리다 들어오는 길이야. 다른 기자한테 전화해 물어보니까 두 사람 신혼집에도 인기척이 없대. 시댁 쪽도 그렇고. 아무래도 다들 언론 피하려고 해외로 떴거나 어디 지방으로 잠수 탄 것 같아.”'“흐음. 연예인들은 참 힘들겠어요. 마음대로 이혼도 못하고 제 잘못으로 이혼하면 인기 떨어질까봐 거짓말해야 하고…….”'“그들 사생활 캐야 하는 게 우리 일이긴 하지만 그 사람들……, 이해는 되지. 결혼 전부터 이혼 후를 생각해서 혼전 서약서나 작성하는 할리우드만큼은 아니지만 이제 이혼이 많이 흔해진 세상인데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너무 공격을 받고 질타를 받게 되니까.”'“네.”'차를 마저 다 비운 미유가 허리를 곧게 펴며 책상 앞으로 의자를 당겨 컴퓨터를 켰다.'“아이고! 난 쩡아랑 같이 인터뷰했던 기사 수정 봐놓고 병원 가봐야겠다. 오늘 산부인과 검진 날이거든. 차 고마웠어.”'“아니에요. 오늘 너무 수고하셨어요.”'미유가 비운 잔을 들고 유정이 돌아섰다. 그러다 다시 미유를 바라보며 말했다.'“참! 그때 인터뷰하다 선배님 잠깐 화장실 가셨을 때 저도 몇 마디 질문 던졌었거든요. 그때 적어놓은 거 있는데…… 도움이 될까요?”'“그랬어? 그럼 진즉 말해주지잉-!”'미유의 애교 섞인 앙탈에 유정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