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벽장 안 구석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바깥에서 들리는 구타 소리와 비명에 잔뜩 겁을 먹어서다. 아빠가 절대 숨소리도 내지 말라며 이 벽장 속에 숨겼기 때문에 어린 마음에도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돈을 못 갚으면 장기臟器라도 내 놓아야 할 것 아냐! 네놈 몸뚱어리 통째로 팔아도 우리 돈, 다 못 갚아. 알아?”'누군가가 이를 갈며 뇌까렸다. '“내가 모를 줄 아나? 이게 다 미래 그룹 조필성이 시킨 짓이라는 걸. 문석도 네 이놈! 내 죽어서도 반드시 이 원한을 갚고야 말겠다!”'아빠의 한스러운 외침이 덕령의 귓전에 또렷이 와서 박혔다. '미래 그룹 조필성, 문석도……. 그 사람들이 아빠를 괴롭히는 나쁜 놈들인가 보다. '“조져 버려!”'또다시 몽둥이세례가 이어지는 듯 가격하는 소리가 점점 커졌고, 어느 순간부터인가는 근근이 들리던 비명마저 사그라졌다. '아이는 입을 틀어막고 울었다. 굳이 보지 않더라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기에. '‘아빠……, 아빠……, 으흐흑!’'문득 구타가 그쳤다. 잠깐의 침묵 끝에 누군가가 말했다. '“죽은 것 같습니다.”'아이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뭐야? 순전히 약골이잖아.”'“어떡할까요?”'“뭘 어떡해? 한 푼이라도 건지려면 팔아버리는 수밖에. 닥터 노에게 연락해.”'아이는 무서움에 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아빠가 죽다니……, 그들이 하는 소리가 죄다 거짓말처럼 들렸다. 별안간 몸에 힘이 죽 빠져서 팔을 축 늘어뜨린다는 것이 그만 벽장 안의 무언가를 툭 건드리고 말았다. '그 소리에 사내들이 일시에 동작을 멈추고 벽장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문석도가 부하들에게 잠자코 있으라는 눈짓을 한 뒤 발소리를 죽이고 벽장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벽장문에 손을 갖다 댔다. '문을 벌컥 열었을 때는 옷들만 꽉 차 있었다. 문석도는 눈동자를 예민하게 굴려 벽장 안을 살피다가 옷들 속을 거칠게 헤집었다. 그런데 옷가지들 밑으로 작은 맨발이 삐죽 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옷을 홱 젖히자마자 구석에 바짝 몸을 웅크린 채 오들오들 떨고 있는 꼬마 녀석과 눈이 딱 마주쳤다. '“응? 요 녀석 봐라.”'아이는 부리부리한 문석도의 눈을 보자 눈동자도 깜박할 수 없을 정도로 겁을 먹었다. 이윽고 문석도의 우악스러운 손이 아이의 목덜미를 낚아채어 벽장 밖으로 끌어냈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바닥으로 내팽개쳐진 아이는 얼핏 고개를 들었다가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 있는 아빠의 얼굴과 마주했다. '“아, 아빠……. 아빠! 아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