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어디 있어? 죽으면 돈을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닌데.”'이름난 만큼 화려하고 고급스런 레스토랑에서 평소대로 카드를 긁으려던 승욱은 이미 정지된 카드임을 알고 부리나케 다른 카드들을 직원에게 내밀었지만, 그 카드들 또한 이미 길가에 버려진 휴지 조각만큼이나 쓸모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할아범이 카드를 정지시킨 게 분명해! 이럴 줄 알았다면 현금을 왕창 뽑아 갖고 다니는 건데!’'승욱은 이를 빠득 갈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꼭지가 돌고 혈압이 오르는 일이었다. '삼촌에게 열 받은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데 어찌 그 불똥은 이리로 튀는지 모를 일이다.'“손님. 54만6천 원인데요. 어떻게 하실 겁니까?”'살짝 표정이 일그러지는 카운터 점원 앞에서 이런 망신이 따로 없었다.'“잠깐만, 잠깐만 있어 봐요. 이수정, 너 돈 없어?”'승욱은 옆에 서 있던 수정에게 물어 봤지만 오히려 그녀는 샐쭉 토라져 그에게 감았던 팔을 매몰차게 빼 버렸다.'“뭐야! 김승욱, 너 빈털터리 거지가 다 된 거야?”'“이수정! 너 말 다했어?”'돈 없다고 당장 안색이 달라지는 여자 앞에서 자존심이 한 번 더 무너져 내렸다.'“안 했어. 이제 나 만날 생각도 하지 마.”'“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그럼 내가 사준 루이뷔통 가방 두고 가. 그거 맡기게.”'살벌하게 눈을 부라리자 당장 백을 품에 끌어안고 여자가 악을 쓰기 시작했다.'“미쳤냐! 이놈아! 이건 그동안 내가 널 상대해 준 대가야. 어디서 여자를 등쳐먹으려고 하고 있어?”'“돈밖에 모르는 년을 아낌없이 퍼다 줬으니……. 누굴 탓 하냐. 내가 병신이지. 그래! 내가 널 다시 보면 병신이다.”'또각또각 구두 굽 소리를 내며 레스토랑을 빠져나가는 수정의 뒷모습에 어이가 없는지 승욱의 입술을 비집고 실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허! 미치겠군…….”'“손님. 빨리 계산을.”'“좀 있어 봐. 떼먹지 않을 테니 걱정 마.”'빨리 저녁 값을 계산하라는 웨이터의 재촉에 휴대폰을 걸어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느 한 놈 오겠다는 놈이 없었다.'심장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찔할 만큼 위험한 춤을. 그러다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처럼 아파왔다. 이 수모를 다 갚아 줄 것이다. 언젠가는 이 한을 풀 날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이 문제다. 이 엄청난 쪽팔림 앞에서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이 새끼들, 내 밑에서 설설 기던 놈들이 웃기고 있어. 지금 나 돈 없다고 무시한다 이거지? 이것들이 왜……. 아뿔싸! 할아범이 다 막았구나. 제길……! 사람 쪽팔리게 이럴 거야 정말?”'“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