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 아기씨, 정말 안 가실 거꽈?”'이제 갓 열여덟이나 되었을까. 막 화사하게 피어난 듯이 꽃답게 예쁜 처녀가 연신 졸라대고 있었다. 그리고 이 꽃답게 예쁜 처녀 옆에는 미색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나게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볼을 잔뜩 부풀리고 있었다. 무엇 때문인지 심통이 난 얼굴로 비단 저고리의 옷고름을 손가락에 돌돌 말며 대답했다.'“후우우……. 싫다고 하였잖느냐.”'한숨 섞인 그녀의 목소리는 옥구슬이 또르르 구르는 듯이 맑은 음색을 담고 있었다. 그 목소리가 하도 청아하여 나른한 봄볕을 확 내쫓고 주변 공기를 정화시키는 듯하다. 그리고 빛처럼 화하게 밝혀지는 느낌.'이슬 먹은 복사꽃처럼 곱고 맑은 피부. 잘 익은 복숭아 같은 두 뺨. 커다란 눈망울. 그 눈망울을 온통 가려버릴 듯이 짙고 긴 촉촉한 속눈썹. 반듯하고 동그란 이마와 아치처럼 곱고, 때론 귀엽게 휜 눈썹. 조각같이 오똑 솟은 코. 치아가 살짝 보일 정도로 벌어진 붉은 입술은 잘 여문 앵두와 같아 보였다. 그리고 갸름한 턱과 이어지는 하얀 목선…….'졸라대는 어린 처녀보다 두어 살 많아 보이는 그녀의 아름다움은 이미 만개하기 시작한 양귀비… 아니 천상에서 핀다는 서천 화원의 꽃들도 그녀보다 결코 아름답지는 못할 것이다.'설마 이 여인은 날개옷을 빼앗겨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는 선녀가 아닐까?'“나는 괘념치 말고 너나 다녀오너라.”'“진짜마씸? 촘말 소녀 혼자 다녀와도 되쿠과?”'“마음대로 해.”'“그러지 맙서양, 항아 아기씨. 혜윰 도련님과 단비 아가씨의 혼례 올리는 것을 구경 갑서양. 항아 아기씨는 두 분을 좋아 해쑤다양!”'“이젠 싫어졌단 말이야. 귀찮게 하지 말고 너나 다녀와!”'그러나 그녀의 몸종, 나분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치잇… 설마, 항아 아기씨보다 단비 아가씨께서 먼저 시집을 가셔서 서운해서 그러신 거쿠과?”'“그런 거 아냐! 시끄럽게 굴지 말고 물러가! 자꾸 그러면 너도 못 가게 한다?”'“아기씨…….”'모시는 주인 아가씨가 토라진 듯 등을 돌렸다. 그리고는 치마를 정강이까지 걷어 올리고는 씩씩거리며 관사로 향했다.'“아기씨께서 어째 저러쿠과? 온화한 성품에 얼굴 찌푸리는 일이 한 번도 없던 아기씨께서. 촘말 오늘따라 이상허우다. 힝!”'항아의 몸종인 나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 항아의 언행은 일찍이 나분이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생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나분은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주인 아가씨께서 오늘따라 심기가 불편한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상념을 떨쳐버렸다. 그리고 즐거운 일이 벌어지고 있을 잔칫집을 향해 부리나케 발걸음을 옮겼다.'“아기씨께서 허락을 해주마씸, 얼른 다녀와야지. 연지곤지를 찍고 새각시 되시는 단비 아가씨는 얼마나 예쁘실까? 하지만 우리 항아 아기씨보다 예쁘지는 않을걸. 에구, 새스방이 되시는 헤윰 도련님도 엄청 멋있겠지? 이러다가 늦겠수다.”'나분은 제 상전이 그랬던 것처럼 치맛자락을 정강이까지 걷어 올리고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