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송파구 풍납동. '빼곡히 들어서 있는 아파트들과 주택들의 사이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도로. 그 도로 위로 자동차들이 끊임없이 오가고 있다. 빵빵, 울려대는 경적소리와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분명한 목적지를 두고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모두 공존하는 도심의 한낮이었다.'그런 도심의 한가운데에 웅성거리며 서성이는 그들이 있었다. 경찰이 임시로 만들어놓은 바리케이드 밖에서 그 안쪽을 향해 소용이 의심되는 플래시를 터뜨리며 때로는 큰 목소리로 항변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묵묵히 침묵으로 대응하는 경찰관들이 있었다.'“아, 누구라도 나와서 한마디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이봐요. 경찰 아저씨. 책임자 없어요? 좀 불러와 봐요.”'“이렇게 무작정 기다리게만 할 겁니까?”'기다리기에 지쳤다는 듯 아우성을 쳐대는 사람들을 향해 경찰 제복을 입은 무리 중 한 남자가 무심히 대꾸했다.'“기다립시오.”'‘끙’ 하는 한숨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잔뜩 인상을 구기며 자기들끼리 욕설을 내뱉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카메라 장비를 어깨에 멘 채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 하는 짜증스러운 눈빛의 사람들과 저기 도로 어디쯤에서 나타날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얼굴들.'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어느 오후. 3월의 날씨답지 않은 이상고온 현상으로 태양은 유달리 높게 떠있었고, 햇빛은 강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젠장. 날씨 한번 조옿다!”'누군가 애꿎은 날씨를 탓하는 중얼거림을 끝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어딘가로 황급히 향했다. 이제 막 도로로 진입한 검은색 승용차. 그 승용차를 향해 경찰들이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며 사람들의 얼굴에 긴장의 기색이 어리기 시작했다.'“어이, 김 기자. 누가 왔나 본데?”'그 말을 시작으로 기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황급한 걸음이 뜀박질로 바뀌며 서서히 멈춰 서는 검은색 승용차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기자들이 왁자하게 모여 있는 틈을 가르고 검은 승용차가 한 대 멈춰 섰다. 멈춰 선 승용차가 채 시동을 끄기도 전에 다른 곳을 향해 있던 군중 중 일부가 자동차를 발견하고 방향을 바꿔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들었다. 제복을 차려입은 경찰관 여러 명이 서둘러 그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길을 텄지만 승용차 안에 탄 사람은 쉽게 차 문을 열고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이러지 마십시오. 물러서세요!”'“비키세요. 비켜요!”'경찰들의 고함소리와 확성기 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 울려댔지만 카메라를 어깨에 멘 방송국 기자들과 신문사 기자들에게는 그저 옆집 개가 짖는 것처럼 무의미할 뿐이었다.'“어디서 나오신 겁니까? 문화재청? 한국고고학회? 어디 소속에서 나온 겁니까?”'“내려서 질문에 대답을 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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