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1일> ''''''마지막 가을의 달 11월 1일,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스산한 가을비가 하루 종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황혼이 물든 거리는 황금 카펫을 깐 듯 이미 떨어져 내린 노란 은행잎으로 덮이고, 가을비에 흠뻑 젖은 나무에 가까스로 남아있던 은행잎들마저 비와 함께 바람을 따라 도로에 흩뿌려졌다. '밤 11시를 넘은 시간, 비가 내리는 한적한 강변도로를 따라 어두운 밤기운을 닮은 검은색 컨버터블 스포츠카 한대가 소리 없이 빠르게 달려 나갔다. 질주하는 검은색 스포츠카는 한 점의 유채색도 부정하듯 무수히 흩날리는 노란 은행잎을 뿌리치며 자유를 만끽하는 듯 보였다. 마침 지나치는 차도 따라오는 차도 보이지 않는 텅 빈 강변도로에서, 전 세계 모든 트랙에서 23,000번 이상 승리를 거둔 역사를 가진 스포츠카 포르쉐는 본능적으로 속도를 높이고 5,000년 이상 흘러온 한강을 거슬러 올랐다. '은우가 차창을 내리자 볼륨을 높여놓았던 ‘건즈 앤 로지스’ 의 이 비를 타고 대기 중으로 울려 퍼졌다. 11월 한 달 동안은 비구름이 하늘에 낮게 내려앉거나 바람에 비 냄새가 섞이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라디오에서 이 곡이 흘러나왔다. 올해는 11월 첫날부터 가을비가 퍼붓고 있어 어느 주파수에서나 을 들을 수 있었다. 기타 연주음을 따라 차창 밖으로 손을 뻗는 은우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간간히 얼굴에 부딪혀 오는 차가운 가을비를 맞으며 은우는 또 한 번의 가을이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했다.'그의 20대는 하루하루가 도전의 연속이었다. 스물일곱에 스탠포드 MBA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그가 설립하고 2년 전 코스닥에 등록한 컨설팅회사는 그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후회 없이 살기 위해 그 동안 쉬지 않고 일했고, 그 결과로 그의 회사는 연간 10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K-Best Company는 그의 자부심이었고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그의 성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는 예상치 않았던 곳에서 발생하곤 한다. 오늘 오후 코스닥 장내에 K-Best Company가 적대적 M&A의 대상이 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은우는 상대가 누구든 적대적 M&A 시도쯤은 충분히 방어할 수 있었고 아직 이렇다 할 징후는 보이지 않았지만 주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긴급 임원회의가 열리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다각적 방어 전략이 세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