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된 변비보다 더 꽉 막히는 도로에는 거북이 같은 차량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다. 손목의 시계를 흘끔 보다가 신경질적으로 운전대를 잡은 손가락을 탁탁 쳤다. 회사 주차장이 두 블록 앞인데 이거야 원, 꽉꽉 막혀서 전혀 나갈 기색이 없다. '“하여튼 개나 소나 다 끌고 나온다니까.”'중얼중얼 불평을 하던 나는 입을 쏙 다물었다. 그 ‘개’나 ‘소’ 중에는 나도 포함되므로. '“흐아암.”'앞차의 뒤꽁무니만 하염없이 보고 있는 게 지겨워져 인도로 눈을 돌렸다.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평소의 버릇대로 눈요기할 만한 남자를 헤집는 중이었다. 이리저리 눈을 돌리다 오오, 하며 핸들을 잡은 채 몸을 앞으로 당겼다. '대어를 낚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3초 만에 모든 체크포인트 확인이 끝났다.'길기도 길다. 아주 긴 남자의 뒷모습에서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양복재킷 아래로 보이는 쭉 뻗은 긴 다리. 길기도 했지만 꽤 통이 넓은 바지인데도 걸음을 옮길 때마다 허벅지가 말리듯 올라갔다. 실한 허벅지는 10점 만점에 가산점 붙지. 저 정도면 재킷에 가려져 있는 엉덩이도 탄탄하고 튼튼할 것 같다. '양복에 쌓인 어깨는 넓고, 허리는 군살 없이 잘록했다. 요즘 이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훈훈한 역삼각형 몸매다. 이쯤 되니 앞모습이 궁금해졌다. 신입사원이겠지? 신입사원이 들어오는 철이라 요즘 이 암흑의 지역도 꽤 활기가 찬 것 같단 말이지. '빵빵. 뒤에서 급작스럽게 울리는 경적소리에 흠칫 정신을 차리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꽉꽉 막혀 있던 도로가 어느새 널찍해졌다. '쳇, 감상 좀 할 만하면 꼭 빠진대.''차를 몰고 지하주차장에 들어가자 운 좋게도 지하 1층에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재빨리 차를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1층에 서자 줄지어 서 있던 사람들이 꾸역꾸역 밀고 들어왔다. '나는 자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또다시 시작하는 여느 월요일과 다름없는 풍경. 이렇게 사람들에 치여서 사무실에 들어가서 한 평도 안 되는 좁은 내 공간에 앉아 여덟 시간 이상을 거기서 소비하게 된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쌓인 메일을 확인하고, 회의를 하고, 메신저로 짬짬이 수다를 떨고, 그러다 보면 점심시간이 되고 다시 같은 오후의 일상. 같은 공간, 같은 공기, 같은 사람들…….'몇 년 동안 ‘월요병’이라는 단어는 무시하며 살았지만 요즘은 이렇게 월요일이 힘들다. 쉴 새 없이 옆도 돌아보지 않고 9년을 달리다 기어이 매너리즘에 빠진 걸까? '으응? 시들한 눈으로 무심히 앞을 보던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아까의 그 남자임에 틀림없는 뒷모습이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같은 회사라니! '이번에 새로 입사한 신입직원임에 틀림없다. 호기심에 몸을 살짝 내밀자 예민한 코로 새로 사 입은 양복 냄새가 솔솔 났다. 아, 상큼하고 후레쉬한 냄새. 담배 냄새에 찌든 구질구질한 직장인의 냄새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