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하게 높이 치솟은 절벽 끝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인영(人影)이 위태롭게만 보이는 모습에 괜스레 밑에 있는 주변 사람들이 더 애가 타고 있었다. 그런 분들의 마음도 전해지지 않았는지 여전히 절벽 끝자리에서서 바람의 세기가 더 거세게 불어대며 옷자락이 마구 거칠게 날려대고 있는 상황이 너무 마음에 든다는 것처럼, 오히려 양팔을 벌려 거센 바람을 반가이 맞아들이는 인영(人影)이었다. 긴 머리가 바람에 휘날리며 얽히고설키며 얼굴을 거칠게 쓰다듬듯이 깃대처럼 거침없이 마구 휘날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누군가의 거침 숨소리의 외침이 나직하게 들려오고 있었다.'“아이고, 애기 씨. 위험하다고 몇 번씩을 말려야 합니까? 저 이러다 또 주인어른께 혼나는 꼴을 보고 싶어서 이러십니까?”'“유모, 나는 바람이 너무 좋아.”'정말 황홀하다는 것처럼 너무 행복하다는 말투였다. 두 눈을 감고서도 누구인지를 알아채는 모습에 애간장만 녹고 있는 유모였다.'“애기 씨. 제발…….”'애기 씨가 위험할까봐 더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바람이 더욱 거세지며 금방이라도 인영(人影)을 휘감으며 어디론가 데려갈 것 같은 모습에 유모가 더 이상 안 되겠다는 것처럼 비장한 마음의 각오를 다지며 한발 한발 애기 씨 곁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는 동시에 바람이 거짓말처럼 잔잔해져 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오고 있었다.'“휴, 정말 이 놈의 바람은 장난꾸러기 같다니까. 애기 씨만 보면 꼭 반갑다는 것처럼 저리 쌩쌩 불어대는 것을 보면…… 정말 모르겠다니까? 금방이라도 애기 씨를 저 멀리 데리고 갈 것 같은 느낌이 드니.”'바람이 멈추었다는 것을 느꼈는지 바로 눈을 뜨면서 유모를 그제야 바라보았다. 조금은 뿌루퉁한 방해 받은 것이 못마땅하게만 느껴졌다. 아직도 조금 아까의 감촉을 잊지 못한다는 것처럼 몽롱한 모습이었다. 왠지 부러움에 가득 찬 말소리가 뒤를 이었다.'“유모, 바람은 참 좋겠다. 어디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자유스럽고 좋을까? 잡힐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는…….”'“애기 씨.”'그제야 애기 씨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을 헤매는 표정에 약간은 미안한 마음까지 들게 하고 있었다. 태어나고 자란 이 섬을 한 번도 나가보지 못했으니. 이곳 섬 처자들도 그렇고 다른 섬 처녀들도 한두 번씩 나들이 비슷한 것을 다니는 것을 알기에. 얼마나 답답해하는지 그 누구보다 더 가까이서 지켜보았기에 그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었다. 그저 측은하다는 것처럼 겉치마 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며 콧물을 닦는 것인지. 눈물을 닦는 것인지…… 코맹맹이 소리가 다시 유모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여기서 더 지체했다가는 자신도 마님께 혼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유모 마음만 급해지고 있었다.'“주인마님께서 찾으세요. 빨리 가셔야 할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