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나의 모든 걸 다 주고도 아깝지 않은 것'''사람들은 우리 집을 ‘노다지 하숙집’이라 부른다. 실지로 우리 집이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 앞에서 하숙을 하기도 하지만, 특별히 ‘노다지’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하숙집 주인인 엄마의 까다로운 하숙생 선별 규칙 때문인데, 대충 나열하자면 이렇다.''첫째, 학년별 전체 등수가 5등 안에 들 것.'둘째, 가문에 하자 없을 것.'셋째, 외모가 출중할 것.''이 외에도 엄마 나름대로의 선별 규칙은 무궁무진하지만, 그 중 큰 골자만 꼽은 것이다. 이 세 가지만 보더라도 우리 엄마, 박을지 여사의 사고방식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성적, 가문, 외모. 이제 겨우 나이 40세인 엄마는 이토록 고리타분하고 퇴색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세상에 어느 하숙집에서 가문 따지고 외모 따지는가 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제들을 우리 집에 하숙을 못 시켜서 안달이다. 특히 부득이한 이유로 갑자기 지방이나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 경우, 고등학생을 전학시키기가 모호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하숙집 분위기가 왁자지껄하기 보다는 고시원 같은 데다, 등수가 5등 이하로 떨어져 쫓겨나는 불명예를 안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공부해야 하는 최적(?)의 환경이라 눈에 불을 켤 만도 하다. '그리고 그 밑받침에는 엄마의 지극정성이 있다. 여느 하숙집 주인 같지 않고, 남다른 친근감이 있어 하숙생들은 제 엄마를 대하듯 엄마라고 부르기 일쑤다. 내가 보기엔 펑퍼짐한 아줌마라 인상에서 오는 푸근함도 만만치 않겠으나, 니 자식 내 자식 할 것 없이 대하는 성격을 겪다 보면 누구나 자연스레 엄마라고 부르게 되는 것 같다. '그런 까닭에 입소문이 퍼져 어느새 우리 하숙집은 이 동네 명물이 되었다. 사람들은 소문만으로도 우리 하숙집에 넣고 싶어 그 난리들인 것이다. 더러는 그 세 가지 규칙에 위반되는 데도 뒷돈까지 챙겨줘 가며 하숙생으로 넣어달라는 정신 나간 부모도 있다. 물론 엄마는 일절 마다한다. 그런 부모는 세 가지가 다 합격이래도 싫단다. 엄마가 가문을 따지는 이유는 단지 본(本)이 어디냐를 따지는 차원이 아님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부분이다. 규칙 세 가지로만 보아서는 꽤나 세속적이고 진부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엄마의 세세한 사고방식은 딸인 나로서도 이해불가일 때가 많다. '여하튼 이러한 바탕이 깔려 있는 하숙집이라 사람으로 치자면 금 같은 사람을 캐는 ‘노다지’라 불리는 것이다. 아,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규칙 중에서도 불변의 법칙. 전교에서 5등 이상 아니라 전국에서 1등, 가문 중에서도 왕손, 외모로 따지자면 영화배우가 온다 해도 안 될 조건. 그것은 다름 아닌 남자 하숙생만 뽑는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