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결혼하고 싶지 않았어.”'“알아요.”'“그런데 이런 결혼을 계속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봐?”'“아직은요. 적어도…….”'“너의 그 끈질긴 집착과 집념에 내가 희생을 당해야 하는 이유가 뭐야?”'“사랑해요.”'“사랑? 사랑이라고? 난 너를 사랑 안 해! 근데 왜 내가 너와 이런 결혼 생활을 유지해야하는데? 어? 말을 해보라고.”'‘당신을 사랑해요.’'자신을 무섭게 다그치는 남자에게 여자는 그저 갈망의 눈길만을 담고 있을 뿐이었다.'“너란 여자는 대체 개념이 있는 여자인가?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남자한테 뭐하는 짓이야?”'“이런 개념 없는 짓을 당신도 같이 동조했잖아요.”'“뭐라고?”'“결혼을 나 혼자 했나요?”'“하, 어이가 없군.”'“당신도 받아들인 결혼이에요.”'“그래. 난 애초부터 말했어. 너랑 결혼하고 싶지도 않고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고 그런데 이런 결혼을 강행한 건 너였어. 아닌가?”'“당신도 결국 그 결혼에 일조하지 않았나요?”'“그래서 더 이상 왈가불가 하지 말라는 건가?”'“그래요.”'“당신이라는 여자 무섭고 지겨워.”'“미안해요.”'“그런 말이 듣고 싶은 게 아니야. 이혼을 원해.”'“이혼은 싫어요.”'“이혼하겠다고 말해. 너한테 털끝만치의 감정도 없어.”'“알고 있어요. 근데도 난 싫어요.”'가슴이 아리고 있었다. 가연은 더 이상의 상처를 받아도 끄떡없다는 듯이 갑옷으로 무장한 자신의 모습에 점점 질려가고 있었다. '‘얼마만큼의 상처를 받아야 이 고통이 무뎌질 수 있을까요.’'“소송이라고 당하고 싶은 건가? 꼭 이리 시끄럽게 해야겠어?”'“할 수 있다면 해봐요. 당신과 함께 바닥으로 까지 떨어질 각오는 항상 넘쳐나니까요.”'“당신이라는 여자 무섭군.”'“그렇게 이야기 계속 안 해도 알아요. 당신의 그 눈빛에서 알 수 있고 항상 입버릇처럼 말하는 당신 덕분에 그러니 새삼스럽게 상기시켜 주지 않아도 되요.”'“지겹다. 너란 여자 아니 아주 소름 돋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