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에 위치한 고급클럽 후(逅). 지하3층 지상8층 규모의 클럽 후(逅)는 스탠딩 바(bar)와 테이블 라운지는 물론, 각기 다른 분위기의 VIP 라운지로 이루어져 밤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에게 은밀하고도 비밀스러운 공간을 제공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일까 어둠의 낙원이라 불리는 클럽 후(逅)의 문전은 명문가 자제들은 물론이거니와, 국내외의 정상급 연예인들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철저한 회원제로 엄격히 출입이 제한되는 1층의 로비, 그리고 내부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비밀통로. 그 은밀한 통로로 검정색 수트를 차려입은 두 명의 남자가 유유히 들어섰다. 엘리베이터에 오른 그들이 눈 깜짝 할 사이 도착한 곳은 건물의 맨 꼭대기 층인 9층. 일반인들에겐 존재하지 않는 비밀의 공간이었다. 빛과 소리를 완벽히 차단한 복도를 지나자 60평 남짓한 규모의 방이 그 실체를 드러내었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수백 대의 모니터, 붉은 카펫위로 놓인 검정색 가죽소파, 꽤 오래되어 보이는 낡은 책상이 제 방의 주인을 맞이했다. 유신우. 어둠의 낙원이라 불리는 클럽 후(逅)의 제왕이자 정, 재계를 쥐락펴락하는 유성그룹의 숨겨진 후계자였다. 차가운 소파에 몸을 기댄 신우의 시선이 수 백 대의 모니터 화면을 주시했다. '“석현이 들여보내.”'그림자처럼 신우를 따르던 강현이 짧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최 강현. 비록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지만 둘 사이엔 혈연 보다 진한 동지애가 존재했다. '“오셨습니까?”'클럽 후(逅)의 실질적인 경영자라 할 수 있는 석현이 근 일주일 만에 마주하는 신우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저만의 살가운 표현임에도,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석현의 인사에 신우의 무표정한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강현이 매사에 냉철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이라면 석현은 우직하고도 신중했다. 친형제간인 강현과 석현, 두 사람은 신우에겐 없어서는 안 될 수하이며 그가 유일하게 신뢰하는 이들이었다. '“시작해.”'평소와 다름없이 시작된 석현의 실적 보고는 달리 특별할 것도 없었다. 매출 또한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다. 불과 몇 년 만에 이룩한 결과물이라고 하기엔 꽤나 성공적이었다. '“멈춰.”'보고를 받는 내내 룸과 연결된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던 신우가 급기야 손을 들어 석현의 말을 제지했다. 일에서만은 냉철하기 그지없는 신우였다. 헌데 오늘 보고를 받는 내내 그의 신경은 온통 모니터 화면에 집중되어 있는 듯 했다. '“언제부터 클럽 후(逅)가 저런 양아치들의 소굴이 되었지?”'마른 입술을 축이며 담배를 꺼내어 문 신우의 양 미간이 저도 모르게 좁아들었다. 그것을 놓칠 리 없는 강현의 눈매 또한 날카롭게 변해갔다. 대성물산 김태수 회장의 맏아들인 김도진이었다. 강현 또한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인 그는 항간의 소문대로 약에 빠져 사는 것인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