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 씨, 사장님 커피 한잔 갖다 드려. 큭.”'세상에서 가장 쉬울 것만 같았던 커피 심부름이 갑자기 너무나 힘들게 느껴졌다. 가까이 다가가기도 힘들 것 같은 무표정한 상사에게 커피를 건넨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 걸까. 이상하다. 저렇게 잘생기고 멋진 남자인데 왜 이렇게 다가가기가 힘들게 느껴지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좀처럼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하자 서연은 동정심 어린 표정을 지어 보이며 수진에게 말했다.'“저…… 언니…… 오늘은 첫날인데 언니가 하면 안 될까요?”'작고 갸름한 얼굴에 큰 눈을 애처롭게 뜬 서연을 보니 수진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솔직히 아까 사장을 바라보던 서연의 표정은 정말 볼만했다. 서연뿐만 아니라 사장을 처음 대면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는 일은 참으로 재밌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서연은 자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뭔가 죄지은 사람처럼 당황하는 모습이라니, 이런 재밌는 걸 놓칠 수야 없지. 수진은 팔짱을 끼며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안 돼, 오늘부터 막내가 해야지.”'마냥 좋게만 보였던 수진의 얼굴이 한순간 마녀처럼 느껴졌다. 고개를 숙이며 알겠다고 짧게 대답한 서연은 탕비실로 들어가 커피 머신에 커피를 내리고 예쁜 잔에 커피를 따라 쟁반에 받쳐 들고 사장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안에서 "네"하는 소리가 들리자 또다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중학교 때 시험을 망쳐 선생님께 불려갔을 때처럼 불안한 마음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사무실 안은 검은색 가죽 소파가 두 개 그리고 소파 사이에 놓인 검은색 테이블, 많은 책들이 꼽혀져 있는 책장 그리고 이사가 앉아있는 제법 큰 책상이 다였다. 사람이 들어왔는데도 사장이라는 사람은 책상 위의 서류에서 눈을 뗄 줄을 몰랐다. 모델처럼 하얀 와이셔츠를 살짝 걷어 올린 모습으로 일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새삼 남자다운 매력이 느껴졌다.'“사장님, 커어피……가……져 왔습니다.”'‘아휴, 바보…… 목소리가 왜 제대로 안 나오냐고…….’'스스로를 자책해가며 서연은 약간은 떨리는 손으로 커피 잔을 조심스럽게 책상에 놓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이서연이라고 했나요?”'생각지도 못한 사장의 질문이 발목을 붙잡은 것처럼 걸음을 멈추게 했다. '“네? 네.”'얼떨결에 대답한 서연이 빤히 쳐다보자 사장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으로 서연을 쳐다보았다.'“나가 일 보세요.”'짧은 한마디를 끝으로 사장은 다시 눈을 돌려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서연도 사장실을 재빨리 나왔다.'‘휴…… 표정이 왜 이리 살벌하냐. 잘생기면 뭐하냐고.’'잘난 남자를 밖에서 그저 훔쳐보는 것 하고 회사 내 상사로 만난다는 건 엄연히 다른 차원이었다. 앞으로 회사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은 느낌에 온몸이 오싹해진 서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