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딩동]'“오빠, 좀 나가 봐…….”''꼭두새벽부터 누군지 모르지만 참 예의 박약이다. 당신이 누군지 모르지만 문 앞에 왔다는 거 다 알고 있으니 그만 딩동 거리고 스톱하라고.''여진은 어린이날 밀려든 주문에 새벽 2시까지 오븐이 터지도록 스펀지케이크 시트를 구워댔고, 셀 수 없이 많은 생크림 장식을 한 탓에 두 눈이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어째서 사람들은 5월에 올인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 반죽을 하는 내내 투덜거리다 실장님께 한 소리 들었던 것이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나가요.”'슬리퍼를 질질 끌다시피 걸어가 현관 앞에 서서는 50센티 남짓의 거리를 눈대중으로 가늠해보았다. 신발을 갈아 신을 것도 없이 구겨진 구두를 밟으면 손잡이에 손이 닿을 것도 같아 한 발을 디뎠다. 유연한 여진이었고 본인 역시 그렇게 생각해왔지만 문제는 지금이 자고 일어난 바로 그 순간이라는 사실, 그 사실을 잊고 튼튼한 현관문에 그보다 아주 조금 튼튼한 자신의 머리를 사정없이 박아버렸다.'[쿵]'“아…….”'겨우 문을 열었지만 이마가 욱신거려 예의박약한 손님의 얼굴을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어가며 천천히 훑어보자 먼지가 잔뜩 묻은 운동화가 보이고, 그 만큼의 먼지가 또 묻은 바지가 눈에 들어왔다. 바지가 보이고, 또 바지가 보이고, 다리 한 번 참 길다 싶게 복 받은 남자라 생각하는 찰나 예의박약의 복 받은 손님이 말을 꺼냈다.'“망치 좀 빌릴 수 있을까요?”'“잠깐만요.”'열었던 문을 슬리퍼를 끼워 살짝 열어두고 베란다로 다가가 공구함을 들고 나왔다. 여진은 뭐가 들었기에 이렇게 무거운 걸까 생각하며 공구함을 현관에 막 내려놓았다. 문을 제대로 열고 손님, 아니 남자를 올려다 본 순간 반반하게 생긴 놈이 참 네 가지가 없다고 웃음을 참는 건지 부러 비웃는 것인지 코웃음을 머금고 여진을 내려다보고 서있었다.'“고맙습니다. 쓰고 바로 돌려드릴게요.”'남자가 공구함 손잡이를 잡고 들어 올리려는데, 여진의 오른 발이 공구함 뚜껑을 지그시 밟고는 그것도 모자라 이내 그 발에 이끌려 공구함은 현관 안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망치가 없네요.”'“네?”'“지난번에 망치질 하다가 베란다로 쓩 하고 날아갔거든요.”'“네? 설마요.”'“그러게요 그 설마가 사람도 잡더라고요.”'“아……그럼 다른 거라도 좀…….”'“다른 거 뭐요? 펜치? 펜치는 이가 나가서 버렸고요. 드라이버는 개가 물어갔네요.”'“저기, 혹시 제가 무슨…….”'“아니요, 무슨 잘못 하신 거 없어요. 없는 걸 어쩌겠어요.”'“네, 알겠…….”'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현관문이 빠르게 닫히며 여자는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잠시 문을 바라보던 남자는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웃긴 여자네.''문이 열리기 직전 그 굉음에 놀란 것도 잠시, 문이 열리고 이마를 짚은 채 허리를 구부린 여자의 모습을 보니 안 봐도 비디오였다. 게다가 보이지 않던 상황을 증명하듯 여자의 이마는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아, 망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