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일어나! 바보야 일어나!]'아침 7시 정각. 어김없이 정확한 알람시계에 우렁찬 함성에 이서윤 그녀의 몸이 물결을 일으키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심하게 혼자 보기엔 아까운 광경이다. 오늘은 어찌하나 보려고 안경을 치켜 올리고 양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요동치던 물결이 어느새 잠잠해지더니 벌떡 고개만 들어 알람시계를 꺼 버리고는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꿈나라에 빠져들었다. 오늘도 역시나 혼자 스스로 일어날 생각은 아예 없다.'“이서윤 일어나!”'결국 참다못한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 돌돌 말고 있는 이불을 힘차게 걷어 주었더니 그제야 다시 몸을 움찔거리기 시작했다.'“5분만…….”'“벌써 7시하고도 10분이 흘렀다. 너 오늘 시험이라며!”'시험. 이라는 단어에 감겨 있던 두 눈이 스르르 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번쩍하고 광선이 빛난다.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베개로 흐른 침을 손등으로 쓰윽 하니 문지르더니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이리저리 허둥대었다. 정말 혼자 보기에 아깝다.'“세수부터 해! 세수!”'고개를 끄덕인 서윤이 불나게 욕실로 직행한다. 욕실 문 닫는 것도 잊어버리고 미친 듯이 양치질과 동시에 고양이 세수를 하더니 다시 방으로 나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2년 재수 후 겨우 들어간 대학교에서 염연한 4학년생임에도 그녀는 아직도 혼자 일어나는 것이 힘겨운가 보다.'“왜 이렇게 늦게 깨워!”'“그런 건 네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다.”'“남편이라고 있는 게 아무 쓸모가 없어!”'“그건 내가 할 말이거든?”'“오늘 시험 망치면 널 죽일 거다!”'“누굴 핑계거리로 삼아!”'한쪽 벽에 기댄 채 깍지를 바라보고 있으니 저절로 고개가 내저어지고 혀가 차진다. 처음 만났던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서윤. 그녀는 단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로……. 오늘도 결국 차려놓은 아침도 못 먹는 건 기본이고 떡 진 빨간 머리는 빗질 한번 못하고 집을 나서는 그녀를 보니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쿵하는 문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생각한 그녀가 다시 집으로 들어서서는 나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아주 힘차게 올리며'“혼자 여유 부려! 재수 없다!”'외치고는 다시 사라져 버리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움은 아주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다. 고등학교 3학년. 그다지 풋풋하지만은 않았던 10대의 마지막에 처음 만난 우리는 어느덧 스물다섯이다. 연애 기간 5년에 결혼 생활 1년…… 길었던 연애 탓인지 전혀 감흥[感興]이 없는 우리들이지만 염연한 우리도 신혼부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