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원영. 결혼하자, 나랑.”'원영은 이 남자가 미쳤나 싶었다. 꼭 밥 한 끼 먹자는 말처럼 아무렇지 않게, 예의 표정의 변화도 하나 없이 이 남자가 하고 있는 말은 다른 말이 아니라 결혼하자는 말이었다. 그것도 자신과.'“미쳤구나?”'“훗, 그런가?”'이 남자, 이제는 피식 웃는다. 그렇지. 제가 해 놓고도 이건 아니지 싶은 거겠지. 아무래도 그저 농이었던가 싶어 원영 역시 그냥 피식 웃어버렸다.'“진심이야.”'어느새 웃는 낯을 거두고 진지해진 얼굴이었다.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 남자와 자신은 자신이 만취된 어느 날, 그의 앞에서 쓰러지는 바람에 그가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을 재워준 그 날부터 지금까지 그저 여기 [옥토버페스트]에서 일주일에 한 번쯤 얼굴 보는 것이 고작이었고, 밖에서 식사를 몇 번 했던 정도의 만남이 다였다. 그렇게 이 남자와 인연이 닿은 것이 2개월째였다. 고작. 그와 자신은 연인이었던 적도 없거니와, 연인이 되어보자 싶은 생각조차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결혼이라 했다. 그가 자신과 하고 싶은 것이 결혼이라…… 했다.'“나, 사랑해요?”'“아니.”'“그럼 나, 잘 알아요?”'“어느 정도는.”'“어느 정도?”'“나와 비슷하다는 정도? 그래서 나랑 잘 맞을 것 같다는 정도?”'“어떻게?”'“아직 결혼은 생각이 없어. 하지만 언젠가 결혼은 할 예정이지. 사랑 따위에 목숨 거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사람이고. 제 일에는 열정적이지. 남의 눈은 신경 쓰지 않으며, 자기주장 확실하고, 자기 말에 책임 질 줄 아는 고집도 있지…….”'“마스터.”'진지하게 자신에 대해 말하는 윤의 말을 끊으며 원영은 그를 불렀다.'“왜?”'되묻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는 원영.'“그 안에 내가 당신과 결혼하지 않을 이유가 들어 있잖아요.”'“아, 아직 생각이 없다는 거?”'그의 말에 원영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언젠가 할 예정이잖아?”'그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 조금 앞당겨 하는 것도 괜찮지 않아? 어차피 할 거라면 말이야.”'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원영은 잠깐 동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웃음에 설득 당할지도 모르겠다는.'“갑자기 왜 결혼 생각이 들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