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을 나온 검휘는 쌀쌀해진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뒤를 환영이 말없이 따르고 있었다. 비록 깜깜한 어둠이 사방에 깔려 있었지만 장황하게 꾸며진 황교의 아름다움을 모두 가리지는 못했다.'아름다움을 쫒는 황교도들의 습성은 그들의 주거에서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건축에서조차 실속보다는 미학을 우선시하는 사치의 대표가 바로 그들의 교주가 머무는 가온의 요새였다. 요새는 그야말로 ‘가온의 궁’이라 불릴 만큼 화려하고 웅장했다. 비죽비죽한 바위산으로 무장한 사애도성과는 달리, 뒤뜰에는 무성한 숲의 정원이, 앞마당에는 바위로 깎아 만든 조각이 장식되어 있었고, 멀리 시야를 던지면 검게 일렁이는 사해까지 마음껏 눈요기 할 수 있었다.'검휘는 어둠속에 숨어있는 황교의 절경을 둘러 살피며 느릿느릿한 걸음을 떼었다.'“귀인의 숙소로 안내하여 드리겠습니다.”'뒤따르던 환영이 어두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유롭게 떼어놓던 검휘의 발이 우뚝 멈춰 섰다.'“왜. 추선에게 먼저 가지 않고?”'“……부교주님을 뫼신 후에 찾아도 늦지 않습니다.”'“남인 듯 말하는구나. 추선은 너의 사매이기 전에 나의 수하다. 네놈 혼자서 찾아보려 했더냐?”'“…….”'집무실을 나온 순간부터 서연에게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었지만, 검휘는 지금 기어이 참고 있는 중이었다. 혼절한 그녀가 언제 깨어나 자신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다. 더욱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적들이 그녀의 내단을 노린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그 조급증은 극에 달해갔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혼자만의 욕심을 잠시 밀쳐두기로 했다. 추선이 삼악사제의 손에 중상을 입은 데다, 환영은 그러한 추선 때문에 연정의 고열을 앓고 있었다.'검휘는 집무실에서부터 곁을 호위를 하는 환영의 숨소리가 규칙적이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검을 쥔 자의 마음이 흔들리면 검날 또한 길을 잃고 갈등하게 되는 법. 그래서 상투머리의 사내도 자신이 직접 상대하였던 것이다.'환영을 돌아본 검휘가 네놈 속을 다 안다는 듯 흐릿하게 웃었다.'“앞장서라.”'고개를 끄덕인 환영이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앞장서 걸어갔다.'흑풍마영들의 숙소에 도착한 검휘는 곧장 추선의 방으로 갔다. 무거운 표정을 한 환영이 그의 뒤를 묵묵히 따랐다.'방 앞에 당도한 검휘가 살그머니 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몸져누운 추선과, 그녀를 간호하는 유구, 둘 뿐이었다. 마사는 검휘의 명령을 받잡고 서연의 문 앞을 호위 중이었다.'문 앞에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유구가 누워있는 추선에게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려던 검휘의 발이 멈칫했다.'“사질이 죽은 줄 알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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