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해안을 따라가다 보면 나지막한 지붕을 어깨하며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이 나타날 거야. 그 마을 산 중턱에 성 마리아 고아원이 있단다. 그 고아원은 4월이면 흐드러지게 피는 사과 꽃으로 유명하지. 4월이 되면 고아원 전체에 사과 꽃향기가 진동하고 사과 꽃잎이 흰 눈처럼 흩날리는 거야. 저녁이면 붉은 노을의 빛을 받아 하얀 사과 꽃잎에 붉은 물이 들지.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그곳 보다 아름다운 풍경은 없다고들 한단다.”'소년은 차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단조로운 풍경에 눈길을 주며 아버지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그곳에는 머리가 하얀 노신부님과 서른 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단다. 고아원 산비탈에는 사과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고아원에 아이들이 한 명씩 들어올 때마다 노신부님이 심은 나무가 아이들의 수만큼 예쁘게 자라고 있어.”'사과 꽃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사과 꽃 향이 은은한 내음을 물씬 풍기던 4월의 어느 날 소년은 아버지가 그렇게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성 마리아 고아원으로 들어섰다. '“오셨습니까.”'성 마리아 고아원의 후원자인 아버지가 원장실에서 노신부님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 이마에 반창고를 하나 턱 붙이고는 아버지의 눈을 피해 어슬렁거리던 소년은 고집이 셌고 한창 반항을 하던 나이였다. 그래서 또래의 고아원 아이들과 어울려 놀라는 아버지의 말을 어기고 고아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산비탈에 서 있는 사과나무로 향했다. 소년은 사과 꽃잎이 흩날리는 나무 아래 드러누워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는 흰 구름을 보며 중얼거렸다.'“지루해.”'아버지에게 억지로 끌려 온 이 고아원은 소년에게는 지루함 그 자체였다.'“지루해.”'소년이 다시 한 번 중얼거렸을 때 얼굴에 그늘이 덮이고 소년은 감은 눈을 떴다. 한 여자 아이가 소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자 아이는 아주 인상 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과처럼 발간 뺨에 사과 꽃잎처럼 하얀 얼굴,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묶고 있었다. 여자 아이는 소년을 멀뚱멀뚱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년이 벌떡 일어나 앉자 그 기세에 놀라 여자 아이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뭐야?”'소년은 퉁명스럽게 소리쳤다. 소년의 화난 목소리에 여자 아이는 기겁하며 도망쳤다.'“쳇!”'소년은 다시 드러누웠다.'‘귀여운 여자 아이였는데.’'소년의 화난 목소리에 놀라 도망친 여자 아이는 걸음을 멈추고 나무 뒤에 숨어서 소년을 훔쳐보았다.'“저 나무는 내 나무인데.”'“이곳에서 뭘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