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는 길가의 찻집에 들어가 창가에 앉았다. 속이 시원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왠지 마음에 찬바람이 부는 듯했다. 따스한 차가 생각이 나기에 눈에 띄는 카페를 들어온 것이다. 큰 창문으로 햇살이 비추고 바쁘게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자, 3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그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왜 울어, 후회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냥 한 번 잘못된 길을 간 것뿐이잖아. 사람은 누구나 길을 잃을 수 있잖아. 이제 다시 시작하면 돼. 누구의 잘못도, 실수도 아니야. 살다보니 그저 그렇게 된 일인거야. 그런 거야.’'차가 담긴 컵을 두 손으로 감쌌다. 마치 누군가의 따스한 품에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인가 보다.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았다. 이 눈물이 아픔이 아닌 얼룩진 마음을 버리는 것이라고, 모든 것을 비워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찻집 앞, 길가에 서 있던 검은 세단의 창문이 서서히 열렸다. 그 안에는 초록빛을 가진 남자가 보였다. 그 얼굴은 차가우면서도 미소를 띠는 듯 오묘했다. '쓰요시는 창문을 열고 바라보다가 뒤에 있는 상관이 창밖으로 손을 내미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내리는 비를 맞는 듯했지만, 손끝을 따라가 보니 유리창 안에 앉아 있는 그녀의 턱 밑쯤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상관인 하마다 류이치는 그녀의 눈물을 손에 담는 듯 보였다.'“이, 서, 유…… 나의 나미다.(눈물)”'쓰요시는 상관의 떨리는 목소리와 나의 나미다라는 표현을 듣고서야 알게 되었다. 한국에 와서 그녀의 주변에서만 맴돌고 있었던 것은, 오롯이 그녀가 혼자 힘으로 벗어나길 기다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예측하는 것이 아닌 류이치는 그녀의 눈물을 손에 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