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날카로운 시선이 여자의 모습을 샅샅이 훑어 내렸다.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위험한 빛이 번뜩였다. 몸 속 깊은 곳에서 괴로울 정도로 격하게 불타오르는 흥분이, 가늘고 깊은 떨림을 울리며 차 안을 가득 메웠다. 흥분의 소용돌이는 두 사람을 빠른 속도로 휘감고 격하게 돌기 시작했다. '여자가 손을 들어 하얀 김이 서린 차 문에 손바닥 자국을 선명하게 찍으며 간헐적인 신음 소리를 울렸다. 시간이 정지한 듯 주위는 정적에 휩싸였고, 곧이어 자극적인 키스 뒤 가뿐 호흡과 함께 남자가 고개를 여자의 가슴으로 떨구었다. 사랑의 여운을 만끽하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노을은 정지 버튼을 누르고 아쉬운 듯 혀로 입술을 축였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마로 흘러내리는 브라운 헤어는 손으로 뒤로 쓸어 넘겨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게 만들었다. '노을은 리모컨을 남자의 입술인 양 손끝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꿈을 꾸듯 몽롱해진 눈을 한 채 중얼거렸다.'“진짜 너무 아름답다.”'서른하나의 나이에도 아직 볼에 젖살이 남아 오동통하니 귀여운 인상인 노을은 긴 검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한숨 쉬듯 말했다.'화면의 선남선녀에 비하면 추리닝이나 위아래로 맞춰 입은 자신의 모습은 한심하기만 했다.'“아름답긴, 1910년대에 카섹스라니! 말도 안 돼!”'나란히 침대 위에 앉아 화면을 보고 있던 은영이 앵돌아진 분홍빛 입술을 비틀며 심술궂게 대꾸했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마스카라며 립스틱 하나 번지지 않은 완벽한 메이크업은 감탄할 만하지만 눈에 확 뜨이는 너무나 화려한 미인이라 저렇게 푼수처럼 굴 때면 곰순이라고 불러주고 싶었다.'은영은 예쁜 여자들이 잘생긴 남자들의 팔에 안겨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부럽다기보다는 여배우의 머리칼을 뜯어놓고 싶은 쪽이었다. '“저 화면 속 여자랑 내가 다를 게 뭐야? 어깨 위에서 출렁거리는 거금 8만원이나 주고 염색한 이 매혹의 와인색 머리칼, 사이즈 D의 풍만한 가슴을 살짝 덮은 세일해서 겨우 장만한 실크 블라우스! 이 아래 은밀한 아름다움의 쭉쭉빵빵 S라인 곡선! 봐라 봐! 모든 남자들이 좋아하는 몸매라고! 한데 왜? 남자가 꼬이지 않는 거지?”'온몸에서 정열이 들끓고 있지만 그걸 해소할 방법이 없는 은영은 짝이 있는 청춘남녀들에게 향한 불타는 질투심을 홀로 폭발시킬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