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진상명은 망나니 중에 망나니였다. 아버지가 일찍 작고하시고 홀어머니 밑에서 줄줄이 동생이 다섯 명이나 되었기에 누구도 진상명의 말을 거역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망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린 동생들을 두들겨 패는 것은 기본이었고, 열다섯의 어린 나이부터 마시기 시작한 술은 스물세 살에 결혼을 하고 나이를 먹어서도 여전히 이어갔다. 유난히 좋은 등치까지 더해서 행패를 부리는데 한몫을 했다. 큰 아들이라는 이유로 어머니조차 그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기에 더욱 기고만장하기만 했고 개망나니 짓은 고쳐지지 않았다. 어쩌면 타고난 성품자체가 난폭하게 태어난 것이 아닐까싶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그런 진상명의 손아귀에 벗어나기 위해 밑의 여동생 3명은 중학교만 졸업하고는 큰 도시로 도망을 가버렸다. 그런 그가 가족들을 데리고 서울로 상경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진상명의 어머니는 시장에서 품팔이를 하며 겨우 샛방 살이 할 정도의 돈이 모이자마자 상명의 남동생과 막내 여동생만을 데리고 따로 나갔다. 상명의 가족은 부인과 딸 둘, 아들 하나였다. 시골의 얼마 없는 땅을 팔아치워 차린 전파사는 기술도 없는 그가 제대로 꾸려나가기란 처음부터 가망 없는 일이었다. 가게 앞에 펼쳐놓은 노점으로 과일을 파는 부인의 수입으로 상명은 도박이나 하는, 유유자적 망나니 생활을 하기만 했다.'상명의 부인 김정임은 가난한 집에 아이가 줄줄이 딸린, 입에 풀칠도 하지 못하는 곳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의 어린 나이에 남의 집의 식모살이로 들어가 고생이라고는 치가 떨리게 하고 살았다. 그런 정임이 열여덟 살 되던 해, 시골집에 찾아 갔을 때 반반한 얼굴이 상명의 눈에 띄어 강제로 욕을 보이고서 어른들의 강압에 어쩔 수없이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의 팔자는 어렸을 때보다 더한 고생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몇 번이나 구타를 하는 남편을 피해 도망을 갔지만 어린 자식들이 눈에 밟혀 번번이 되돌아오고는 했고 그 결과는 남편의 더욱 심한 구타였다. 시어머니가 고등학생인 도련님과 막내시누이를 데리고 나간 후에는 더한 지옥이 되었다. 그나마 가끔 말려주는 도련님마저 지긋지긋해 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 곳에서 남편의 구타를 말려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엄마. 도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