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서 어떻게 살고 있든 간에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을 것이다. 비록 그곳이 천국이라는 곳일지라도. 그렇기 때문에 연화의 처녀작을 눈에 담았음이 틀림없다. 원고를 편집장에게 처음 선보였을 때의 설렘은 유키를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둘 모두 유키에서 비롯된 감정이었지만 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도쿄아이트. 연화의 처녀작의 제목.' 그의 펜네임.'「필명(筆名)은 없어요?」' 노트북 앞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긴 그의 얼굴을 넌지시 바라보며 난데없이 물었다.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응.」'「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음……. 도쿄아이트?」'「도쿄아이트?」'「난 단지 동경(東京)에 사는 주민일 뿐이니까.」' 그는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실은 방금 생각한 거라고 덧붙여 말했다. 마치 오래전 일처럼 추억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연화는 쓸쓸히 웃었다. 그의 미소는 언제나 연화의 가슴을 아프게 쓸어 갔다.'「판매 부수는 어때? 좋은 편이야?」'「출발은 좋은 것 같아요.」' 상대 배우가 계속해서 NG를 내는 바람에 쉬는 시간이 생긴 아키라는 밴으로 돌아와 연화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다. 연화에게 아키라는 유일하게 유키와 소통할 수 있는 매개가 되었다. 아키라도 연화와 같이 유키를 그리워하는 입장이지만 유키가 사라진 현재, 연화에게 남은 건 아키라뿐이었다. 아키라와 연화는 서로에게서 유키의 흔적을 찾았다.' 그를 잃은 후의 연화는 예상 외로 담담했다. 넋을 놓는 시간이 현저히 많아지긴 했지만 그 외의 별다른 변화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걱정이 되고 불안하였다.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무너질지 몰라 매번 조심스럽게 그녀를 주시하였다. 하지만 곧 연화는 유키가 앉았던 자리에서 그와 같이 옆에 작은 커피 잔을 둔 채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필하기 시작한 지 1년쯤 흐른 뒤에 연화의 처녀작이 완성되었다.' 도쿄아이트. 제목에도 유키에 대한 연화의 모든 감정이 글자 깊숙이 묻어 있었다.'「이젠 뭐할 거야?」' 휴대폰을 들고 있는 아키라의 나머지 손엔 연화의 이름이 걸린 책이 들려 있었다. 1년은 그럭저럭, 제법 씩씩하게 잘 버텨 준 것 같다. 연화는 마지막 대사를 쓰고 난 후에 탈진하여 죽을 만큼 서럽게, 사람의 몸에 돌고 있는 모든 수분을 뽑아 낼 기세로 그렇게 울었다고 나중에 점직스레 웃으며 고백하였다. 그때의 미소는 끝내 내뱉지 못하고 남은 물기를 가득 담고 있는 듯했다.'「아직 잘 모르겠어요. 우선은 좀 쉬어야 할 것 같아.」'「그래. 휴식기를 갖는 게 좋겠지. 아, 렌게. 나 촬영 들어가 봐야겠다. 또 전화할게. 잘 지내.」'「수고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