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는 거야?”'“기다렸지.”'시현이 손을 올려 지운의 얼굴에 대니 차가움이 손으로 느껴진다. 울컥한 시현이 지운의 손을 잡아끌고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 앞 놀이터 그네에 홀로 앉은 지운이 운동화 끝으로 모래를 툭툭 차다가 앞에 보이는 무언가에 고개를 들었다. 뚱한 표정의 시현이 뜨거운 두유를 지운의 앞으로 내민다. 지운이 피식 웃으며 받아들자, 시현이 지운의 옆 그네에 앉는다. 멀뚱히 앞만 보는 두 사람 다 말이 없었다. 몇 분이 더 흐르자, 시현이 짐짓 화가 난 듯 지운을 다그쳤다.'“계속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해?”'“너 올지도 모르잖아.”'“어이구. 오늘 안 갔으면 내일까지 기다렸겠다.”'“그럴지도.”'꼬박꼬박 말대꾸하는 지운을 시현이 째려보자, 지운이 딴 짓을 한다. 발로 열심히 모래장난을 하고 있는데 풀이 죽은 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속상하단 말이야.”'“…….”'“네가 나 때문에 그러는 거.”'피식 웃은 지운이 풀이 죽어 있는 시현을 보다가 손을 들어 시현의 머리카락을 헝클어 놓았다. 입을 삐쭉 내밀며 머리카락을 정리한 시현이 앞만 본 채, 중얼거리듯 지운에게 말했다.'“바보.”'그러자, 지운 역시 곧바로 대답을 해준다.'“멍청이.”'둘은 언제나 그랬듯, 유치한 말싸움을 시작했다.'“좀팽이.”'“저질.”'“쪼다.”'“무지랭이.”'“븅.”'“사랑해.”'나와야 할 말이 안 나오고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오자 시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운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네에 앉아 몸을 숙인 지운이 삐딱하게 고개만 틀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게 들어온다. 은은한 미소까지 띤 채 말이다. 그 미소에 멍해진 시현이 지운을 내려다보는데 지운이 고개를 숙인 채 조금 더 큰 미소를 띠더니 시현이 사다준 두유를 단번에 마셔버렸다. 눈을 몇 번 깜박이던 시현이 고개를 숙여 신발 끝을 바라보는데 어느새 일어난 지운이 빈병을 흔들며 뒷걸음질을 친다.'“내일 보자.”'지운의 뒷모습을 보던 시현이 고개를 숙여 발끝을 보다가 다시 지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직도 두근대고 있는 가슴에 손을 댄다.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