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서, 너 어디야, 대체? 왜 아직도 안 오는 건데?” '연서가 다소 초조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미안, 언니야. 학원 아이들 조금 더 봐주고 오느라고. 늦을 까봐 택시 탔는데 더 한다,더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느긋한 이서였다.'“으이그, 당연하지. 연휴 저녁인데 차들이 도로에 나와 있지 어디에 있겠어? 언제쯤 도착할 거 같은데? 12시까지 올 수 있겠어?”'“글쎄. 아저씨한테 뇌물이라도 먹여야 하나. 헤헤?” '역시나 이서답다.'“너 지금 농담이 나와? 난 초조해 죽겠는데. 너 못 오면 어떡해? 차표는 어쩌고?”'“에이. 어떻게든 되겠지. 정 안 되면 언니 먼저 출발해. 난 어떡해서든지 뒤따라갈게.”'태평한 이서와는 다르게, 연서는 이서를 데리고 외할머니가 계신 시골에 내려가지 못할까봐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였다. 근 1년 만에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께 가는 길이라 몇 달 전부터 기다려 왔지만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핸드폰 폴더를 닫은 연서는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초조하게 이서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핸드폰 시계 한번, 터미널 시계 한번, 핸드폰 시계 한번, 터미널 시계 한번……. 몇천 번을 반복했을까. '“포항행 12시 타실 분들이요!”'승차를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대체 왜 안 오는 거야?’ '연서는 다시 전화를 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버스에 오르기 시작했다. 연서도 한숨을 내쉬며 가방을 들고 버스에 올라탔다. 출발 시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이서가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급해진 연서는 단축키 1번을 눌렀다.'“한이서! 너 어디야? 지금 버스 출발한대.”'“아무래도 시간 내엔 못 갈 거 같아. 먼저 가. 다음 버스 있으면 타고 갈게.”'“안 돼. 그럼 나보다 늦게 올 텐데 구룡포까지 어떻게 들어오려고. 혼자선 위험해서 안 돼.정 안 되겠음 내일 와.” '신경이 곤두선 상황에서도 언니라는 위치를 잊지 않는 연서였다.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게. 언니나 조심해서 들어가. 그나저나 우리 할매, 걱정하시겠네.”'“도착해서 말씀드려야지. 뭐. 조심해서 와야 해. 내가 못 산다 너 땜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