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추 追 1권

주변에는 온통 불뿐이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듯이 거세게 타오르는 불꽃들. 불이 일자 화려했던 풍광은 순식간에 원래의 모습을 잃었고, 점차 사라져 갔다.'하지만 나는 뜨거움에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아름다운 장소가 사라져 가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 아니, 그 장소에 어린 추억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다. 한번 사라지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에. '사람도, 사랑도.'“너 때문이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불꽃을 뚫고 나오는 목소리에 서린 원통함과 분노가 날름거리는 불꽃과 기가 막히게 어우러졌다.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알기에. 그녀를 동정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녀를 동정했다.'“죽어야만 해! 죽어 버려!”'바람을 가르고 날아오는 반짝임은 뜨거운 화염과는 다른, 시린 금속의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피하지 않았다. 그래야만 했다. 내 예감은 그래야만 한다고 외쳤다. '“그래! 그렇구나! 호호홋! 그래, 진즉 이래야만 했었어. 아하하하하!”'미친 듯이 웃는 여인의 목소리 속에 묻은 지독한 원한이 가물거리는 정신을 그나마 잡아 놓았다. 나는 바들거리는 손을 들어 가슴을 쓸어 보았다. 끈적끈적한 것이 묻어났다. 생명을 담은 단 하나의 액체. 그것이 서서히 몸에서 빠져나갔다. 이상하게도 점점 죽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무척이나 마음이 편했다. '그래, 이제 죽는 것이구나.'당연한 수순이었다. 차라리 안도감이랄까. 이미 이리 될 줄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걸 알면서도 그동안 삶에 집착했던 것은 오직…….'“안 돼!”또 다른 절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이제는 기능을 상실해 가는 심장이 마지막 힘을 다해 뛰는 걸로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팔이, 아니 머리가 이성을 배반하고 움직였다. '“죽어서는 안 돼! 이는 명령이다! 넌 죽을 수 없어! 제발…….”'웃음이 나려 한다. 저 오만한 절대자의 입에서 제발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이 보잘것없는 나에 의해서. 작은 성취감이 이는 가슴을 느끼며 억지로 입술을 끌어올리며 웃으려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다. 점점 노을이 지듯, 노을 뒤에 암흑이 오듯 시야가 어두워져만 갔다.

미리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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