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다른 세상의 남자

“영미야, 지퍼.”'찰칵.'그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녀가 석고처럼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뒤이어 서서히 방 안을 채우기 시작하는 담배 연기.'그녀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강석진이 문가에 기대어 서서 어두운 표정으로 담배 연기를 날리고 있었다.'“여기가……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요?”'그를 본 순간. 놀라움도 미움도 원망도 아닌 분노가 순식간에 가득 차올랐다.'“후…… 내 소유의 시설에 내가 들어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나.”'“또 잘난 체하려고 오셨나요? 주위에 그렇게 잘난 체하는 모습을 받아 줄 사람이 없어요? 여기서 그러지 말고 약혼녀에게나 가 보시죠.”'“질투하는 건가?”'“뭐? 질투? 하하하하! 그건 애정이 있는 사이에서만 가능한 거 아닌가? 안 그래요, 잘난 사장님? 설마 모든 여자들이 당신의 매력에 넘어갈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아, 뭐 그럴지도 몰라요. 여자들이 당신에게 엎드린다고 해도 착각하지 말아요. 그건 당신이 잘나서가 아니라 모두 돈 때문이니까!”'그가 담배 한 모금을 깊이 빨아들이고 나서 다시 연기를 공중에 날렸다.'“그래서 오로라도 돈 때문에 나에게 키스한 것이로군.”'지은은 그의 어이없는 발언에 발끈했다.'“기억력까지 엉망이군요. 내가 키스한 게 아니라 당신이 한 거야.”'“내 엉망인 기억으로는 시작은 내가 했지만 매달리면서 떨어지지 않았던 사람은 너였던 것 같은데.”'수치심으로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네가, 네가 뭔데 감히! 대체 왜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난 거야!”'“방금 무대에서 내게 건넨 초대에 응했을 뿐이야.”'그 말과 함께 석진은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시킨 채 담배꽁초를 던져 버리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가 다가올수록 지은은 다시는 그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자신의 결심이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무기력하게 깨닫고 있었다. 그의 키스와 느낌을 기억하는 온몸의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며 순식간에 그의 존재를 인식시키고 있었다.'그럴수록 지은은 가늘게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어 버티고 서서 허리를 꼿꼿이 했다. 미칠 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으로 흔들릴 것 같은 가슴을 똑바로 펴고 도전하듯 턱을 들어올렸다.'강석진 따위는 아무것도 아냐. 너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대항할 수 있다고. 그녀의 몸짓은 그렇게 말해 주는 듯했다. 아니,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보이길 무엇보다 절실히 바랐다.

미리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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