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말해야 해요. 지금 할래요. 마지막까지 거짓말해서 내내 마음에 걸렸어. 아저씨 아파하는 거 보면서…….”'“난 괜찮아. 그러니까 나중에……. 나중에 얘기하자.”'부드러운 동연의 음성에 품에 안겨 있던 채영이 몸을 뒤로 빼고 동연의 눈을 응시했다. '“나 동성연애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야. 나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저씨 속였어요.”'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동연의 반응에 채영이 눈물을 쏟아냈다. '“아저씨한테 얘기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못했어요. 입이 안 떨어졌어요.” '힘들어하는 채영을 마주한 동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모두가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았다. 채영의 얼굴을 바로 바라보고 있기가 힘이 들었다. 고개를 숙인 동연을 본 채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아저씨가 떠나버릴까 무서웠어요. 사실을 말하면 더 이상 내 옆에 있어주지 않을 거니까……. 아저씨가 내 옆에서 없어질 거라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아저씨…….”'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채영의 얼굴을 흠뻑 적시고 그런 모습을 아프게 보고 있던 동연이 다시 채영을 안았다. 채영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동연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동연의 뜨거운 눈물이 채영의 어깨에 닿았는지, 천천히 손을 올린 채영이 동연의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무서웠어요. 아저씨가 이제 내 옆에 없다는 사실이 소름끼치게 무서웠어.”'채영의 흐느낌에 고개를 든 동연이 흐려져 가는 채영의 눈을 바라봤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무서운 게 뭔 줄 알아? 니가 내 옆에서 없어지는 거.”'“아저씨…….”'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동연의 단단한 눈빛에 채영이 눈물을 쏟아내며 고개를 숙이려 하자, 빠르게 채영의 턱을 잡아 마주보게 만든 동연이 채영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채영의 입술에 제 입술을 가져다 댔다. 짧은 입맞춤이 끝나고 동연이 채영의 얼굴을 잡은 채 말을 이어나갔다. '“절대로 떠나지 않아. 네 옆에 있을게.”'눈물인지, 빗물인지 물기로 범벅이 된 얼굴을 채영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내 시선과 마음, 의식이 모두 널 향해 있다는 걸 깨달았어.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져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개를 꾸벅거리듯이……. 이게 무슨 말인 줄 아니? 내 무의식조차도 널 향해 있다는 말이야. 사랑해……. 사랑해. 채영아…….”'동연의 진심 어린 고백에 채영의 눈에서 계속해서 눈물이 흐르고 말없이 채영의 눈물을 닦아내던 동연이 채영이 이마에 제 이마를 대고 눈을 맞췄다.'“울지 마, 네가 울면 나도 슬프고 아파. 그러니까 내 앞에서 울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