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모두가 깊이 잠들어 있을 깊은 시각.' 밤의 적막함 사이로 부둣가 특유의 짠 내가 맴돌았다. 숨 막힐 정도의 정적 속에 오직 들려오는 것은 잔잔하게 움직이고 있는 검은 물결의 반복적인 소리뿐. 검은 빛으로 일렁이는 바다를 올곧게 바라보던 그의 눈빛에 순간 못마땅한 빛이 스쳐 지나간다. 반절도 피지 않는 담배를 발로 짓이기며, 잡념을 떨쳐버리려는 듯 그가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사실 지금 알리의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 못하다. 물론 그가 발을 들여놓은 세계에선 너무도 비일비재한 일임을 익히 알고 있었다. ' 이 세계에선 납치, 강간, 폭력은 일상생활이니까. ' 하지만 저 아이는 이제 겨우 중학생. 단정하게 차려 입은 교복은 어느새 흙으로 얼룩지고, 눈은 안대로 가려져 있으며, 손발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꽁꽁 묶여 있었다.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이 그에게 괴로움을 안겨주었다. ' “이봐! 저 아이는 왜 잡혀 들어온 거지?”' 알리가 결국 안쓰러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동료에게 물었다.' “나도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큰형님이 인질로 잡으라고 한 아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 “인질?”' “응! 아마도 큰형님의 걸림돌이 되는 어떤 놈의 딸이겠지 뭐.”' 그렇구나. 인질이든 단순한 납치든 결국 그 끝은 다를 바가 없었다. 결국 저 아이도 며칠 안에 싸늘한 시체로 변하거나, 운이 좋으면 사창가로 팔려나가겠지. ' 이런 순간이 오면 그는 어쩔 수 없이 들여놓은 이 세계에 대한 역겨움으로 몸서리가 쳐졌다. 하지만 아무런 친인척조차 없는 그에겐 선택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 선택권 따위는 그와 같은 환경을 가지고 태어난 이에겐 애당초 있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