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왔습니다! 사장님!”'동하가 뒷좌석에 자고 있는 남자를 또다시 흔들어 깨웠다. 벌써 다섯 번째 시도다.'전혀 미동도 안한……것은 아니다. 남자는 그녀의 손길을 겨우 모기 정도로 생각한 듯 그녀의 손이 닿았던 자기 팔뚝을 아프게 때렸다. '“이씨, 이왕이면 좀 세게 때릴 것이지.”'동하는 시체처럼 축 널브러져 있는 남자를 향해 인상을 구겼다. '오는 내내 온갖 지랄 맞은(?) 술주정을 다 받아내느라 머리도 귀도 과부하 상태로 만들더니. 집에 다 와서 잠드는 건 무슨 심보야. '“오늘 화투 패는 분명히 돈이 붙었는데 도대체 왜 이리 시작부터 꼬이는 거야.” '동하는 애꿎은 화투 패에 화풀이를 하고, 좀 더 큰 동작으로 남자를 흔들었다. '“손님! 정신 좀 차리세요. 집이라니까요.”'“야! 시끄러! 그만 짖어 대. 꼭 족보 없는 것들이 설쳐.”'허, 기가 막혀서! 완전히 똥개 취급까지 하네. 그러는 자기는 생선장수 하는 마누라한테 삥 뜯어 발바닥 비비러 온 주제면서……. '삼십 분 달려오는 동안 별 시답잖은 가계 내력까지 훤히 꿰게 된 동하는 구시렁거렸다. 그러나 아무리 아니꼽고 치사해도 어쩌겠나, 답답한 사람이 샘을 파야 하니. 동하는 다시 남자의 몸을 흔들었다. '“아저씨! 다 왔다니까요!” '“놔두라 했잖아! 너 죽을래?”'“이씨, 정말 놔두고 갈까보다.”'마음 같아서는 시동을 끄고 창문이란 창문 죄다 내려놓고 가버리고 싶었다. '“그러면 이 엄동설한에 최하 사망……은 좀 그렇고, 감기정도는 딱 일 텐데 말이야.” '구미가 당시는 발상이었지만 동하는 입맛을 다시며 마음을 돌려야 했다. 그 놈의 원수 같은 돈을 못 받았으니, 그럴 순 없었다. 동하는 이판사판이란 심정으로 남자의 귀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이봐요! 집에 다 왔다고요!”'그러나 남자는 여전히 죽은 곰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동하는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봤다. 벌써 이십분이 지나 있었다. '“아! 정말 돌겠네! 재수 옴 붙었어!”'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는 데 동하는 속이 시커멓게 탔다. 여기서 어영구영 하다가는 오늘 일당은 말짱 꽝일 것 같았다. 내일이 집세 내는 날이라 한 푼이라도 급한데. 여우같은 연준 엄마가 이번에도 제때 못 맞춰주면 당장 방 빼라고 난리블루스를 칠 것이 뻔했다. 발을 동동 굴리던 동하는 다시 남자를 힐끗 보았다. '“고수처럼 때려서 깨울 수도 없고! 아니지. 슬쩍 한 대 쳐 봐? 그러다 들키면? 모른 척 시치미 뚝 떼면 되는 거지, 뭐. 꿈꾼 거라고 하면 자기가 뭐라 할 거야. 증거도 없는데.”'혼자 묻고 답하던 동하는 살금살금 남자에게 다가섰다. 치고 빠지기! 타이밍만 잘 맞추면 될 것도 같았다. 동하는 팔을 높이 쳐들었다. 그 순간 남자가 빤히 눈을 뜨고 동하를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