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말을 하면 내가 알아서 더 줄 거 아니야. 보기와는 다르게 나 그렇게 똑똑한 놈은 아니라서, 제대로 말을 하지 않으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지는 못하거든. 그러니까 더 필요하면 말을 하란 말이야. 그렇게 빙빙 돌려서 말하면 괜히 내가 머리를 써야 해서 귀찮잖아.”'범진이 자신의 지갑을 펼쳐서 몇 장의 지폐를 더 꺼냈다.'“분명히 어제 술값은 내가 냈을 거고, 너도 하루 밤 그저 원나잇 스탠드를 원했던 거 아니야? 이 정도 돈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말이야. 솔직히 말을 해서 이거보다 더 원하는 건 너무하는 거 아닌가?”'여자는 가만히 범진을 노려봤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겨우, 겨우 저 따위 돈들에 그렇게 몸을 팔고 다리나 벌릴 그런 여자로 보이는 거예요? 도대체 사람을 뭐로 보고 그딴 말을 하는 거예요?”'“하여간, 어린 것들이.”'범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쓴 미소를 지었다.'“너라는 여자 보기와는 다르게 참 욕심이 많은 여자군. 그 정도로도 만족을 못 하고 말이야.”'“그, 그게 무슨, 도대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사람이 알아들을 이야기를 해야 할 거 아니에요!”'여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범진은 지갑에서 하얀 색 종이 한 장을 꺼낸 후 펜을 들고 여자를 바라봤다.'“얼마를 원해? 말만해.”'“!”'순간 여자의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아 이게 무엇인지 잘 모르는 건가? 이거 백지수표라는 거야. 너라는 여자애가 원하는 만큼의 돈은 쓸 수 있지만, 내가 써주지 않는다면 네가 터무니없는 액수를 쓸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 네가 원하는 금액을 말해. 어느 정도 맞다면 내가 지불해줄 수 있어. 어서.”'“하.”'여자는 어이가 없는 모양인지 헛웃음을 흘렸다. 이런 상황은 단 한 번도 겪은 적이 없던 그녀였다.'“지, 지금 그러니까 당신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천.”'여자의 말을 끊고, 범진이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뭐, 뭐라고요? 지금 뭐라고 말을 한 거예요? 천이라뇨?”'“훗.”'범진은 웃으면서 오른 손으로 백지 수표에 숫자를 써 나갔다. 1000만원이라는 금액이 적힌 종이를 여자에게 밀며 범진은 여자의 눈을 바라봤다. 여자의 눈이 가늘게 흔들리고 있는 걸 포착한 범진이었다.'“아무리 네가 훌륭하고 좋은 여자, 아무튼 그런 거 일리는 없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해도 이 이상은 못 줘. 그리고 지금 그 표정을 보니 돈이 목적이 아니라고 하지만 돈이 목적인 듯 하군.”'“웃기는 소리 하지 말아요. 누가 그렇대요?”'여자는 사나운 기색으로 범진을 노려봤다.'“누가 그 딴 돈 받을 것 같아요? 나는 그렇게 더럽고 지저분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 싶지는 않아요.”